[새책]'60초 소설'

  • 입력 2000년 6월 16일 18시 50분


▼댄 헐리 지음/웅진닷컴/류시화 역/212쪽 7000원▼

양복을 말끔히 다려입은 남자가 ‘60초 소설, 즉석에서 써드립니다’라는 글씨가 적힌 타자기를 무릎위에 올려놓고, 길가 한구석 접는 의자에 앉아있다가 길을 걷는 당신에게 ‘선생님, 소설 하나 써드릴까요?’ 라고 말을 건다면, 어떤 생각이 들까.

기자였던 댄 헐리는 어느날 그 희한한 일에 손을 했다.

사랑에 빠진 연인들, 불륜에 고민하는 여인, 노숙자, 정신병자, 풍선을 든 아이들…. 온갖 부류의 사람들을 만나 사연을 듣고 즉흥적으로 떠오른 이야기를 60초동안 타자기로 쳐넣었다. 그의 이야기가 화제를 모으자 백화점과 축제 주최자들이 다투어 그를 초대했다.

60초 소설 쓰기 10주년 기념일이 다가오자 그는 ‘글쓰기 마라톤’이라는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18층 건물 꼭대기에서 그는 소설을 쳐나가기 시작했다. 한밤중이 되자 두루마리 종이는 지상까지 이어졌다. 책은 ‘즉석 소설가’가 18년동안 써온 수 많은 ‘60초 소설’의 발췌록인 동시에, 60초 소설쓰기의 개인사를 담은 ‘글쓰기에 대한 글쓰기’이기도 하다. 때로 그의 ‘소설’은 일상사의 감동적인 순간을 촌철살인으로 담아내고, 사물의 위치가 전복된 초현실주의 회화처럼 환상적이다.

그러나 글을 청하는 사람들에게 그가 보내는 메시지는 한결같다. ‘어떤 것이 삶에서 가장 소중한 것인가. 진정으로 살아 있다는 것은 무엇인가.’ 해답을 직접 내놓는 대신, 독자가 글 속에 숨은 은유를 풀어가면서 스스로 답을 찾아나가기를 그는 요구한다.

오늘날 헐리는 인터넷 채팅으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60초 소설을 쓰는 인터넷 사이트 www.instantnovelist.com을 운영중이다. 한 달 500만명 이상이 찾는, 미국 최고 인기 사이트 중 하나다.

<유윤종기자>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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