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존/오우삼 특집]헐리우드여, 오우삼의 세례를 받아라

  • 입력 2000년 6월 16일 15시 53분


오우삼 영향을 받은 헐리우드 영화는 한 마디로 부지기수다. 정교한 액션과 날렵한 편집, 과장된 배우들의 스타일을 슬쩍슬쩍 컨닝한 영화는 말할 것도 없고 공개적으로 카피하는 영화도 적지 않다. 등장인물이 오우삼 영화에 대해 말하고 심지어 그의 영화를 보는 장면을 집어넣는 영화도 있다. 한 평론가는 오우삼이 헐리우드 액션영화의 패러다임을 아예 바꿔 놓았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쿠엔틴 타란티노가 오우삼에게 바치는 헌사는 유별나다. 공공연하게 오우삼을 존경한다고 밝힌 그는 <저수지의 개들>과 <재키 브라운>에서 오우삼 스타일을 즐겨 사용했다. <저수지의 개들>에서 갱스터 화이트(하비 카이텔)는 45구경 쌍권총을 들고 등장한다.

얼굴을 상대의 총구 앞에 노출시킨 두 사람이 서로 째려보는 장면은 <영웅본색2>를 고스란히 따온 것이다. <재기 브라운>에서는 무기 거래업자인 사무엘 잭슨이 극중에서 이렇게 말한다. "<첩혈쌍웅>을 본 뒤로 사람들은 주윤발처럼 되고 싶어 45구경 쌍권총을 원한다니까." 타란티노가 각본을 쓴 <트루 로맨스>에도 오우삼에 바치는 장면이 나온다. 등장인물이 TV로 <영웅본색 2>를 보는 화면을 집어넣은 것이다.

<데스페라도>를 감독한 로버트 로드리게즈도 이 영화가 오우삼에게 바치는 오마주라고 밝혔다. 주인공인 반데라스는 이 영화에서 주윤발처럼 양 손에 두 자루의 권총을 들고 용맹을 과시한다. 특히 선술집에서 벌이는 총격전 장면은 <영웅본색> <첩혈쌍웅>과 흡사한 느낌을 준다.

헐리우드의 '싸움꾼' 올리버 스톤 감독은 <내추럴 본 킬러>를 만들면서 <첩혈속집>을 참고해 약국 장면을 촬영했다고 털어놓았다. <007 네버 다이>의 로저 스포티스우드 감독은 오우삼의 액션장면과 다르게 만들고 싶다고 말했지만 마지막 장면에서 피어스 브로스넌과 양자경이 슬로우 모션으로 쌍권총을 쏘아대는 오우삼의 전매 특허를 재현하고 말았다.

오우삼의 영화가 갱스터 무비나 유사 서부영화에만 영향을 끼친 건 아니다. 1999년의 히트작인 SF영화 <매트릭스>에서 키아누 리브스는 중요한 액션 장면에서 트랜치 코트와 선글라스를 쓴 채 쌍권총을 들고 나타났다. <에일리언 4>에서도 쌍권총을 쏘는 장면이 나오고 <미이라>에서도 브랜던 프레이저를 비롯한 주요 배역들이 쌍권총을 사용한다.

오우삼의 영화는 액션뿐 아니라 등장인물의 패션에서도 은근하게 영향력을 과시한다. <라스트 맨 스탠딩>에서 검은 정장을 쏙 빼 입고 나와 양손에 총을 들고 싸우는 브루스 윌리스나 <저수지의 개들>에서 폭이 좁은 넥타이와 검은 재킷을 걸친 하비 카이텔, <코브라>에서 검은 양복에 선글라스를 쓰고 성냥을 질겅질겅 씹어대는 실버스타 스탤론의 모습은 오우삼 영화에 단골 출연했던 주윤발의 스타일을 모방한 것이다.

<김태수(tskim@film2.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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