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 타워]김두영/"기자에게 뒤집어 씌워"

  • 입력 2000년 6월 15일 20시 44분


‘기자와는 마음껏 먹어도 된다(?)’

최근 코스닥증권시장에 대한 금융감독원 정기감사에서 아주 이상한 의혹이 제기됐다. 코스닥증권시장이 작년 10월부터 6개월 동안 기자간담회 비용으로 2600만원이나 지출했기 때문. 감사팀은 ‘이렇게 많이 쓸 리가 없는데’ 하며 의아해했지만 기자단에 이 사실을 직접 확인하기는 어려웠다. 코스닥증권시장 실무자는 기자단에 “금감원에서 물어보면 식사했다고 말해달라”는 부탁까지 했다.

하지만 ‘발없는 말이 천리를 간다’는 속담처럼 소문은 빠르게 퍼지기 시작했고 급기야는 월 몇천만원씩 썼다는 식으로 부풀려졌다.

진상은 이러하다. 6개월간 기자단 관련비용은 770만원이었고 나머지 1800만원은 재정경제부와 금융감독원 등 정부유관기관 접대비와 코스닥증권시장 부서회식비였다. 기자단과 식사했다고 영수증처리하면 감사에서 무사통과될 것이라는 안일한 생각에서 회식비를 모두 기자단비용으로 돌린 것.

내부살림의 최종책임자인 강정호 사장은 이에 대해 “팀장 전결사항이기 때문에 전혀 모르고 있었다”는 점을 강조하며 실무직원의 잘못만을 탓하고 있다.

물론 ‘기자들이 평소에 얼마나 많이 얻어먹고 다녔으면 이런 발상이 나올까’를 생각하면 씁쓸함을 감출 수 없다. 그러나 회사에서 개인투자자가 낸 거래수수료로 기자 핑계를 대며 흥청망청 쓰고 다녔다는 사실만은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할 대목이다.

외환위기 때 외국인들이 국내 기업 등에 대한 투자를 꺼렸던 가장 큰 이유가 불투명한 회계장부였다는 점을 벌써 잊은 것 같다.

<김두영 경제부기자>nirvana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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