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BA]오닐 호쾌한 덩크슛 43점…LA 첫승

  • 입력 2000년 6월 9일 00시 03분


로스앤젤레스 스테이플스센터는 마치 용광로처럼 펄펄 끓어올랐다.

시내 한복판 피게로아거리의 경기장을 꽉 메운 1만8997명의 열성 농구팬들은 경기 내내 빨간 숯불처럼 달아올랐다. 거기에는 할리우드 스타 잭 니콜슨, 도널드 서덜랜드, 다이앤 캐넌 등이 환호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경기 전 로스앤젤레스 시내는 농구장으로 가는 차량행렬로 몸살을 앓았다. 이 때문에 인디애나의 래리 버드 감독이 탄 차는 경기시작 55분전에야 경기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 바로 이것이 인디애나의 패인 중 하나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

경기시작 2시간 전 스테이플스센터로 통하는 거리는 LA레이커스의 상징색인 노란색 옷을 입은 인파로 가득 찼다. 그들은 “이제 때는 왔다. 우리의 시대다”라고 12년 만의 챔피언 복귀를 외치며 연신 ‘하이파이브’를 해댔다.

이중에는 인디애나 팀의 상징인 파란색과 금색 옷을 입은 인디애나 원정팬의 모습도 보였다.

경기장 밖이 이처럼 들끓었던 것과는 대조적으로 경기장인 스테이플스센터는 경기시작 12분전까지도 관중석의 3분의 1만이 차 있었다. NBA 챔피언결정전은 ‘스포츠천국’ 미국에서도 몇 안되는 빅게임. 2만석에 가까운 좌석은 이미 한달여 전에 매진된 게 틀림없는 사실. 도대체 어떻게 된 걸까.

그런데 경기직전에야 관중석이 꽉 찼다. 갑자기 어디서 나타난 것일까. 스테이플스센터엔 먹을거리 상점만 어림잡아 70여곳. 햄버거를 비롯해 바비큐식당, 호프집은 물론 칵테일바까지 있다. 바로 이곳에서 가족, 연인단위가 대부분인 관중은 소풍 온 듯이 식도락을 즐기다가 나타난 것이다.

관중은 2쿼터가 끝난 뒤 15분간의 휴식시간에도 썰물처럼 빠져나가 또 마시고 먹고 난 뒤 경기시작 직전 자리에 돌아왔다. 이런 일이 가능한 이유의 하나는 수백명이 동시에 사용할 수 있는 화장실이 55개나 있기 때문.

경기가 LA레이커스의 일방적인 승리로 끝난 뒤 필 잭슨 감독은 별 힘도 안들었다는 듯 “다음엔 더 잘할테니 두고 보라”며 냉수를 맛있게 한잔 들이켰다. 그러나 경기시작 전 “오닐을 막을 비책이 있다”고 큰소리쳤던 인디애나의 래리 버드 감독은 벌겋게 달아오른 채 씩씩거렸다. 이날 관중은 오닐의 등번호 ‘34’가 새겨진 유니폼보다는 재간둥이 가드 코비 브라이언트의 등번호 ‘8’이 새겨진 옷을 훨씬 더 많이 입고 나왔다.

그러나 이날 오닐의 맹활약으로 승리하자 관중은 경기가 끝난 뒤 기념품 판매대에서 “샤킬”을 연호하며 ‘34’유니폼을 사려고 몰려 판매대가 넘어지는 등 큰 소란이 일기도 했다.

<로스앤젤레스〓전창기자>j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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