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정 마방진/스팸메일 살인사건(7)]

  • 입력 2000년 6월 4일 20시 49분


왈도가 오르다의 VS 사이트를 해킹한 날 이후, 더 이상 정인태의 비밀번호와 ID로는 사이트에 접근할 수가 없었다. 오르다 닷컴에서 아예 VS 디렉토리가 사라지고 없었다. 백 도어도 작동하지 않았다. 왈도는 오르다의 서버 운영자가 해킹 흔적을 발견했을 거라고 추측했다. 실망하는 인효에게 마방진은 이렇게 이야기했다.

―너무 그렇게 낙담할 것 없어. 이건, 그만큼 우리가 건드린 문제가 그쪽으로서도 중요했다는 뜻이야. 우리는 뭔가 비밀스럽고 어두운 것 근처에 다가서고 있어. 그게 뭔지는 아직 모르지만…. 그리고 그 비비라는 자는 오르다에서 상당한 위치에 있는 사람일 거라는 느낌이 들어. 일처리가 이렇게 빨리 된 것은 중간보고 과정이 없었기 때문이 아닐까. 왈도, 회원 목록에서 비비를 찾아줄 수 있겠니.

―비비라는 이름이 있기는 있어. 하지만 그것뿐이야. 그 외에는 아무런 설명도 없군. 다른 회원들하고는 틀려.

왈도가 대답했다.

―이제 우리는 어떻게 해야하지?

인효가 물었다.

―정공법으로 부닥쳐야지. 우선 왈도는 지금 시장 공개를 준비중인 네트워크 게임이나 프로그램 중에 넥스(NEXX)라는 것이 있는지 한번 알아봐. 목록의 회원들 중 상당수가 넥스의 베타 테스터였어. 나는 그 회원 목록을 들고 우용호 경장을 찾아가서 회원들 간에 어떤 공통점이 있는지를 알아보고, 오르다 사회복지법인과 VS에 대해서도 더 정보를 구해야겠어. 이민주를 치었다는 트럭 운전사에 관해서도 조사해 보고. 인효는 정인태와 이민주의 주변을 조사해 줘. 둘이 단순한 연인 관계였는지, 아니면 복잡한 이해관계가 있었는지, 특히 정인태가 죽기 전에 왈도 말고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죽음을 암시한 적은 없었는지…, 이민주에게 단서를 남기지는 않았는지 등등.

마방진의 말에 왈도와 인효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틀 후 마방진의 사무실에서 다시 만나기로 했다.

왈도는 IT 업계에서 최근 베타 테스트 중인 넥스라는 프로그램에 대해서 아는 사람이 있는지 알아보려 했지만 헛수고였다. 스필이라는 약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대덕연구단지에 있는 친구에게도 메일을 보냈지만 부정적인 대답이 돌아왔다.

마방진은 왈도가 해킹으로 빼낸 회원 목록을 들고 우용호 경장을 찾아갔다. 우경장은 마방진이 뭔가 꿍꿍이가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이곳저곳을 찔러댔다. 마방진은 경찰의 수사권한을 발동해 오르다 VS 사이트의 메일 서버를 검색하거나, 아니면 이 사람들의 메일 계정을 뒤져볼 수 없느냐고 물었다. 그렇지만, 돌아오는 것은 우경장의 웃음소리뿐이었다.

―이 사람, 지금이 80, 90년대인줄 아나? E메일 검열은 엄연한 사생활 침해라고. 경찰이 통신망 운영자들에게 부탁해서 전자사서함을 엿보거나, 회사 측이 근로자의 메일을 검색하던 시대는 지나갔어. 정 보고 싶으면 수색 영장을 신청할 만한 근거를 들고 오게.

차마 채팅을 하며 미심쩍게 느낀 점을 혐의라고 할 수는 없어서 마방진은 입맛만 다시며 경찰서를 나왔다.

이민주의 교통사고를 조사하러 가서도 마찬가지였다. 브레이크가 말을 듣지 않았다는 트럭 운전사의 증언은 거짓이었다. 그러나 사고 직후, 이민주의 집에서 자필로 보이는 유서가 나왔다. 필적 감정을 의뢰하지는 않았지만, 담당 경찰은 그럴 필요까지 있겠느냐며 마방진을 귀찮게 여기는 기색이 역력했다. 이민주가 평소에 우울증을 앓았다는 것으로 사건을 자살로 종결처리하려는 중이었다.

마방진의 마음 속에는 분명 유서가 조작된 것이리라는 의혹이 생겼지만 그것을 입 밖으로 꺼내지는 않았다. 아무리 우울증이 심한 사람이라도 시내의 편도 2차로 도로에서 자살을 시도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운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민주가 B612에 올린 글을 보면 갈등과 고민 외에도 강한 투쟁 의지가 느껴졌었다.

남자 둘이 이처럼 죽을 쑤고 있는 동안 성과를 올린 것은 인효였다.

―정인태와 이민주는 심각한 관계는 아니었어. 친한 사람들 중에도 정인태나 이민제가 교제 중이라는 사실을 모르고 있는 사람들이 꽤 있었어.

마방진의 사무실에서 인효가 자신의 성과를 자랑스레 설명해나갔다.

―하긴, 나만 해도 이민주의 직업만 알았을 뿐, 이름을 알지 못했으니까.

왈도가 덧붙였다.

-그러니까 이건 치정극은 아니야. 이민주가 B612에 글을 남긴 것도 정인태의 죽음이 비통해서 남긴 것은 아니고. 그러면 뭘까? 우리는 정말 단순한 걸 놓치고 있었던 것 아닐까!

―그게 뭔데?

―정인태는 사회복지재단 오르다의 간부였어. 이민주는 오르다가 후원하는 무궁화메디컬센터의 의사였지. 나는 신문사에 연락해서 컴퓨터앞 돌연사증후군(CSDS)으로 사망한 사람들의 명단을 받아보았어. 모두 26명 중 상당수가 오르다 재단과 크든 작든 관계가 있더군. 무궁화메디칼센터에서 치료를 받은 병력을 포함해서…. 그리고 이건 그 사람들 중 몇명의 사망 현장 사진을 입수한 거야.

인효가 내민 사진들을 들여다본 왈도의 눈이 커졌다.

―어? 이것은 인태 형 사무실에도 있던 헤드마운트디스플레이(HMD)다!

왈도가 외쳤다.

―그래. CSDS 사망자 몇명의 방에서는 HMD가 나왔어. 이게 무엇을 뜻한다고 생각해? 이민주가 베타 테스트를 하고 있었던 넥스는, HMD와 관련이 있는 무엇 아닐까? 그리고 그것을 정인태가 죽기 전에 해킹하려고 했던 가상섹스(VS) 사이트와 연관시켜보면? 오르다 닷 컴 아래의 VS 디렉토리와 가상섹스 사이트는 같은 것일까? 그렇다면 우리가 만났던 폐쇄이용자그룹(CUG)은 바로….

▼박진영/공동창작을 하며▼

“박진영씨 빨리 나와요.” “네, 지금 가요. 문빈씨는요?”

화요일 오후 일에 쫓기는 바쁜 일상 속에 동아일보사로 급히 향하는 내가 약간 들떠 있음이 좋다.

작가님께서 보내주신 원고를 보면서 라이코스팀끼리 한 이런 저런 이야기들―글쎄 이런 식으로 채팅을 하지는 않았는데, 이 센터의 사람들은 이런 방향으로 설정하는 것이 어떨까요? 등을 달리는 택시 안에서 다시 한번 확인하며 서로의 생각을 주고받는다.

조금이라도 더 고민해보고 좋은 결과물이 나올 수 있게 도움을 드리고 싶은 그런 나의 애정이 좋다.

마방진 사이트가 만들어지고 사이버추리소설이라는 이름으로 올라가고 매일의 페이지 뷰를 확인해가며 앞으로 문화 콘텐츠로 발전을 시키는데 포털 사이트로의 이점을 최대한 살려보고 싶다. 하루 하루 조금씩이나마 증가하는 페이지 뷰가 가능성이 있다는 확신을 준다.

이런 모든 것들을 망라하고 마방진만을 위해 그 시간에 그 장소에 모여, 함께 만들어가고 있다는 사실, 이제 우리나라에도 각 분야의 전문인들이 모여 통합적인 창작물을 만들 수 있음이(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공동 마케팅 또한) 충분히 의미지어질 수 있다고 믿는다. 그 속에 내가 일부가 되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싶은 바람 뿐이다.

박진영(라이코스코리아 프로덕트기획팀 ean@email.lycos.co.kr)

▼공동창작팀▼

▽글〓장강명(SF작가) tesomiom@chollian.net

▽웹디렉터〓김명선 김문빈 박진영(라이코스코리아)

▽캐릭터디자인〓김민봉

▽정리 및 감수〓박상준(SF비평가) cosmo@nuri.net

최수묵(동아일보 기자)

▼주제별 정보 정리체계▼

▽디렉토리(Directory)〓일반적으로 디렉토리라는 용어는 정보를 조직적으로 정리하는 접근방법을 말하는데, 디렉토리라는 용어를 쓰는 잘 알려진 예로는 전화번호부가 있다.

월드 와이드 웹에서의 디렉토리는 대주제와 소주제 등으로 구조화된, 전형적인 주제별 안내체계를 의미한다. 가장 잘 알려진 디렉토리 중의 하나가 ‘야후’ 디렉토리인데, 이제는 주요 포털 사이트를 포함한 많은 다른 사이트들도 야후와 같은 식의 디렉토리를 사용하고 있다.

컴퓨터 파일 시스템에서의 디렉토리는 서로 연관이 있는 파일들을 하나의 그룹으로 만들어서 저장할 수 있도록 구분된 공간을 의미하는데, 관련이 없는 다른 파일은 다른 디렉토리에 저장됨으로써 섞이지 않게 된다.

▼네트워크 지휘 프로그램▼

▽서버(Server)〓일반적으로 서버라고 하면 다른 프로그램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컴퓨터 프로그램을 말한다.

서버 프로그램이 실행되고 있는 컴퓨터 하드웨어도 서버라고 불린다. 프린터 제어나 파일관리 등 네트워크 전체를 감시, 제어하거나 메인프레임이나 공중망을 통한 다른 네트워크와의 연결 데이터 프로그램 파일 같은 소프트웨어 자원이나 모뎀 팩스 프린터 공유 기타 장비 등 하드웨어 자원을 공유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대규모 LAN의 경우에는 여러 대의 서버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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