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G세대]'아름다운 노년을…' 펴낸 고광애씨

  • 입력 2000년 6월 1일 19시 30분


“노년의 그 많은 시간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삶이 달라질 수 있어요.”

신간 ‘아름다운 노년을 위하여’(아침나라 펴냄)의 저자 고광애씨(63·서울 송파구 가락동)는 G세대들에게 세상에 ‘노해(老害)’를 끼치지 않는 방법을 일러준다.

소위 성공적인 청장년기를 보내지 못했다는 그는 늘 나이들어서의 삶에 관심을 갖고 있었다. 그렇다고 노인전문가가 되겠다는 것은 아니었다. 다른 주부들처럼 살림을 윤이 나게 잘하지도, 재산을 늘리지도 못했기 때문에 ‘그냥 자식키우는 일’ 말고 다른 것 한가지를 더 하고 싶었다.

“둘째아들이 군에 갈 때였어요. 50평생에 그때처럼 많이 울어본 적이 없어요. 자식은 떠나가고 나는 늙는구나, 노후의 새로운 정체감을 찾아야 한다는 걸 깨달았지요.”

어렸을 때부터 유난히 고씨를 예뻐해 지금껏 함께 살고 있는 친정어머니(87)가 반면교사였다. ‘자신의 인생없이 오직 자식의 그림자로서 살다가는 우리어머니꼴 나겠구나’ 생각했다. 고씨는 ‘늙을수록 화장하기’ ‘공연관람등 취미생활하기’를 비롯해 인생의 3분의 1이나 되는 노년을 아름답게 가꾸는 방법을 하나하나 기록해 나갔다.

“정계 재계에서 수십년간 행세하는 사람들, 적당할 때 떠나야지요. 유기적으로 돌아가는 사회에서 아무리 잘난 노인네라도 너무 오래 고여있으면 해가 됩니다.”

물러날 때를 알기 위해선 노년을 받아들여야 한다. 그러나 친정어머니만 봐도 쉽지 않다는 것을 안다. ‘음식은 내가 수십년은 더 만들었다’며 부엌으로 향하는 어머니는 사실 간도 불도 잘 맞추지 못한다.

“나이들면 노인들이 변화에 적응해야해요. 우선 지시나 명령 판단은 금물입니다. 세상일에 노여워하지 말고 자기 취미세계에 몰두하세요. 또 지나친 관심과 반응으로 애들을 피곤하게 만들지말고….”

2남1녀를 모두 출가시키고 남편(71) 친정어머니와 살고 있는 그는 젊은이과 어울려 살기의 방법으로 양보와 절제를 강조한다. 소유와 자기주장에 대한 결벽증이 느껴질 만큼. ‘추하게 늙지 않는 비결’ ‘늙어서도 돈이 없으면 어떻하나’‘버리고 떠나기’ 등 제목만 훑어보아도 “젊은이들이 많이 읽어줬으면 좋겠다”는 그의 말이 노인네의 허튼소리는 아니란 생각이 든다.

<김진경기자>kjk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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