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전략]전문가 긴급진단-증시여건 호조,대세상승은 시기상조

  • 입력 2000년 5월 31일 16시 14분


31일 서울증시에서는 종합주가지수와 코스닥지수가 각각 40.62포인트와 13.57포인트씩 큰 폭 상승했다. 정주영 명예회장의 퇴진 등 국내재료와 미국증시가 급등한 데 따른 외생변수가 호재로 작용, 주가상승을 강력 견인했다.

각 증권사 전문가들은 현대사태가 해결을 위한 급물살을 타고 있는 데다, 미국증시에서의 금리인상 우려가 현저히 줄어들고 있어 증시 여건이 현저히 개선되고 있다고 진단하면서도, 본격적인 대세상승에 진입하기에는 아직 시기상조라며 조심스럽게 전망하고 있다.

◆나민호 대신증권 투자정보팀장=정 명예회장을 비롯한 정씨 일가의 현대그룹 일선 퇴진은 일단 현대그룹 사태의 조기 해결 기대감을 높일 것으로 보인다. 이 재료는 무기력 장세에 빠져 있는 서울증시를 일거에 상승세로 바꾸는 ‘초대형 대세전환(grand divergence)’까지는 아니더라도, 지루하게 이어진 하락 트렌드를 전환시키는 데는 크게 일조할 것으로 판단된다.

정 명예회장 등 정씨일가의 퇴진은 특히 현대투신의 경영정상화를 유도, 투신권 구조조정은 물론 대기업 구조조정 속도에 불을 붙일 것으로 기대된다. 이럴 경우 내일부터 시작되는 6월 장세는 바닥권에서 확실하게 탈출하는 계기를 만들 것으로 전망할 수 있다.

미국증시의 분위기도 국내증시에 플러스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최근 미국증시에서는 6월 중 금리인상을 끝으로 추가 금리인상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에서도 미국증시가 조정을 받을 만큼 받았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고,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내부에서도 금리의 공격적인 인상이 세계경제에 좋지 않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조심스런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이승용 동원증권 동향분석이사=현대그룹 사태와 금융권 2차 구조조정이라는 초대형 악재가 동시에 분출됨에 따라 투자심리가 최근 꽁꽁 얼어붙고, 이것이 수급 불균형을 초래했다.

최근 서울증시에서 나타나는 특징 가운데 하나는 증시의 최대 악재인 불확실성이 재거되고 있다는 점이다. 불확실성은 앞으로 어떻게 될 지 모르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언제나 시장에서 악재로 분류된다.

이러한 면에서 현대그룹 사태가 조기 해결의 가닥을 잡아가고, 또한 불확실성을 제거하고 투명성을 제고하려는 정부의 신속한 조치가 시장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최근 장세를 보면 오랫동안 조정을 받던 은행주들이 정부의 2차 구조조정에 대해 강력한 의지를 표명하면서 오히려 반등을 시도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지난 98년 6월 퇴출은행들이 결정되고 나서 한참 후에 은행주들이 폭등하며 유동성 장세를 연출했던 것과 비슷한 추세이다.

그러나 어제 미국증시가 큰 폭 상승하고, 현대문제가 가닥을 잡아간다고 해서 곧바로 주가상승으로 이어지기에는 아직 미흡하다. 불확실성이 제거되는 과정이지, 완전히 없어진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특히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정부는 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 현대그룹과 협상에서 한발 물러선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차제에 현대문제는 냉철하게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추후 현대문제가 재발할 경우 그때는 걷잡을 수 없는 사태에 직면할 수도 있다. 또 다른 문제점은 중견기업들의 신용경색이 발견되고 있다는 것이다. 회사채 시장이 제 기능을 상실하고, 은행들도 구조조정에 따른 합병을 앞두고 신용발생을 꺼리고 있어 기업들마다 돈줄이 막혀있는 상태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국내외 증시 분위기가 다소 호전됐다고 해서 상승탄력을 받기에는 아직 이른 감이 있다.

◆안동규 한빛투신운용 이사

최근 급등은 그동안 낙폭 과대로 인한 장세 반전의 시도라고 본다. 31일의 경우 미국 시장의 단기반등, 최대 불안 요인인 현대문제의 진정국면, 남북정상 회담을 앞둔 시장 친화적 요인, 환율 및 금리 안정세 등이 겹친 데 따른 것이다.

6월 1일 주가를 예측한다면 미국 시장 급등이 기술적 반등으로 보이는 만큼 미국 시장의 방향에 따라 조정이 가능하며 최근 단기 급등에 따른 매도세도 가능하다.

단기적으로는 남북정상 회담을 앞두고 750-770선까지 상승이 진행될 전망이다.

한편으로는 다음달중 100억원 이상 펀드의 부실규모가 드러나는 등 부실의 밑바닥까지 노출됐을 때 투신사 및 자금문제로 새로운 회오리 속에 몰릴 수 있고 일부 그룹의 신용 경색도 가능하다.

보수적인 접근으로는 보유 물량의 3분의 1정도는 현금화가 필요하다.

◆신성호 대우증권 투자전략부장= 주가는 연장선상에서 보는 속성이 있는 만큼 현 추세라면 780-800선에서 매물 부담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6월 1일에도 큰 폭의 상승이 이어진다면 매도 물량이 쏟아질 것이다.

최근 급등은 시장 여건이 충분히 호전됐다기보다는 과다 낙폭에 따른 수정 과정이다.

그러나 현대문제의 경우 그룹 개열사 문제로 좁혀지고 평균 예금금리가 6%를 약간 넘는 상황에서 최근 약 200개 종목의 배당 수익률이 6% 정도라는 통계를 볼 때 최소한 시장의 안정 장치는 갖춰진 듯하다.

보통 바닥에서 20%의 상승을 하려면 4-5개월 정도 걸린다고 보는 데 이번 주초 최저치에 비하면 100포인트 가까이 올라 관망세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방형국,김기성<동아닷컴 기자>bigjob@donga.com,basic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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