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진필중-임창용 '엇갈린 명암'

  • 입력 2000년 5월 23일 18시 59분


3월 두산의 해외 전지훈련지인 하와이에서 있었던 일이다.

내성적인 성격의 진필중(28)은 뒤늦게 연봉계약을 하고 난 뒤 '닭똥 같은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지난해 연봉 8000만원의 두배가 넘는 1억7000만원에 사인을 했지만 4년 후배인 삼성 임창용(24)에 비해 상대적 박탈감을 넘어 '모멸감'마저 느꼈기 때문.

진필중은 지난해 52세이브포인트(16구원승 36세이브)의 구원 신기록을 세우며 임창용(13구원승 38세이브)을 제치고 타이틀 홀더가 됐다. 두산이 지난해 최고 승률팀이 된 것은 쌍방울 전체 승수(28승)의 두배에 육박하는 승리를 책임진 그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러나 임창용은 9000만원에서 2억원으로 연봉이 껑충 뛴 반면 진필중은 훈련불참으로까지 가는 진통을 겪은 끝에 그나마 4000만원은 옵션으로 해서 1억7000만원을 채우는 데 그쳤다.

옵션 내용은 구원과 평균자책 타이틀을 따낼 경우 각 1000만원, 구원 신기록을 세우면 2000만원을 주겠다는 것.

진필중의 표현을 빌리면 '그야말로 말이 안되는' 옵션. 당시 진필중은 "이러고도 올해 두산이 우승하면 내 손에 장을 지진다"는 극단적인 표현도 서슴지 않았다.

그로부터 석달 가까이 지난 22일 현재. 진필중은 역시 프로였다. 연봉협상을 할 때는 한치의 물러섬도 없던 그였지만 정작 시즌이 시작되자 경기에 전념했다.

시즌 초 2패를 안긴 했지만 지난달 23일 사직 롯데전 이후 11경기 연속 구원에 성공하며 16세이브포인트(3구원승 13세이브)로 구원 단독선두를 질주. 팀의 한 경기당 0.41개의 구원성공률로 이 추세면 올해 54.6세이브포인트를 올릴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반면 임창용은 22일 SK와의 인천경기에서 역전패의 '원흉'이 된 것을 비롯해 3구원승 6세이브로 구원 공동 4위에 머물고 있는 형편. 진필중과는 무려 7세이브포인트차로 벌어졌다.

'인간만사 새옹지마.' 진필중과 임창용의 엇갈린 명암이다.

<장환수기자>zangpab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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