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기관 통폐합 배경]정부 "관망땐 경제 불안"판단

  • 입력 2000년 5월 22일 19시 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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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산업 개편의 핵심에 해당하는 금융기관간 합병문제가 수면위로 떠올랐다.

은행가에 다양한 합병시나리오가 난무하는 가운데 금융정책 사령탑들은 22일 약속이나 한 듯 합병 방침을 공식화했다.

총선 전의 소극적 관망자세에서 “자발적 합병을 무한정 기다릴 수는 없다”는 적극적인 입장으로 선회한 것.

은행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가속화하고 있는 가운데 내년부터 부분 예금자보호제도가 시행되면 불량은행들은 상당한 어려움에 빠지게 되고 이는 금융시장 전반을 불안하게 하는 요인이 된다. 따라서 안정기조를 유지하려면 합병 등을 통해 불량은행을 미리 정리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수면위로 떠오른 은행 구조조정〓정부가 ‘시장자율’을 포기한 것은 △내년 예금보호한도 축소를 앞두고 시중자금이 우량은행으로 몰리고 있고 △다음달로 예정된 ‘은행별 부실내용 공개’에 앞서 부실은행 문제 처리의 가닥을 잡아야 하기 때문. 완전 자율에 맡길 경우 부실은행의 부실이 더욱 불어나 결과적으로 더욱 많은 공적자금을 집어넣어야 한다.

이용근금융감독위원장은 이날 “합병의지를 가진 은행장들도 눈치를 보고 있다”고 말해 ‘매파역’이 필요함을 인정했다. 실제 합병의지가 강한 A은행장은 “의사를 타진했다가 거절당할 경우 엄청난 신뢰위기를 맞기 때문에 정말 조심스럽다”고 고충을 털어놓기도 했다.

▽이합집산, 어떻게 이뤄지나〓시중에는 4, 5가지의 합병 시나리오가 흘러다니고 있지만 아직은 ‘가설’ 수준. 분명한 것은 한빛 조흥 외환은행 등 정부가 공적자금 투입으로 소유하고 있는 은행을 금융지주회사를 통해 묶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점. 다만 어느 은행을 어떻게 묶을지는 아직은 미지수다. 이와 관련, 정부가 대형화를 위한 합병과정에서 공적자금 투입은행이 배제돼선 안된다고 못을 박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이들이 배제되면 곧바로 시장도태로 이어져 자금시장의 불안이 고조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시중은행들이 끝까지 합병에 미온적일 경우 정부는 공적자금을 쏟아부은 은행들을 지주회사로 묶어 대형화하는 압박카드를 준비하고 있다. 재경부 관계자는 “8월 상정키로 한 금융지주회사법을 다음달 임시국회에 상정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계기로 한빛 조흥 외환은행 외에 주택은행과 국민은행 산업은행 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 정부가 컨트롤할 수 있는 은행을 중심으로 합종연횡의 움직임이 조만간 가시화될 것으로 보인다.

<박래정기자>eco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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