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윤득헌/4연타석 홈런

  • 입력 2000년 5월 21일 19시 44분


야구는 곧잘 인생에 비유된다. 야구에서 한순간에 승부가 갈라지거나 뒤바뀌는 일이 심심찮은 것도 그렇게 비유되는 이유 중의 하나일 것이다. 바로 ‘반전의 묘미’이고, 그 핵심은 홈런이다. 대부분의 스포츠와 달리 제한된 공간 밖으로 공을 넘기는 홈런이 경우에 따라선 최고의 가치가 되는 게 야구의 특성이다. 그래서 홈런은 ‘야구의 꽃’이라 불리고, 홈런에 얽힌 얘기와 기록은 끝이 없다.

▷홈런 얘기에서는 언제나 미국의 홈런왕 베이브 루스를 첫손에 꼽을 수밖에 없다. 투수로 프로에 데뷔한 그는 4년 뒤에는 타자로 전향해 12번이나 홈런왕이 됐고 1927년에는 무려 60개의 홈런을 날리는 등 통산 714개의 홈런을 날렸다. 그가 ‘영원하고 위대한 홈런타자’로 남는 것은 기록 때문만이 아니다. 그는 야구팬에게 ‘홈런의 미(美)’를 인식하게 했고, 어린이들에게는 꿈과 희망을 안겨줬다. 61년 로저 매리스가, 74년 행크 아론이 각각 루스의 시즌 홈런기록과 통산 홈런기록을 경신했을 때 미국인이 서운해했음은 이해될 만한 일이다.

▷홈런숫자는 예나 지금이나 관심거리이다. 특히 지난 2년간 미국이나 한국야구팬은 홈런타자들의 기록경쟁으로 열광했다. 마크 맥과이어는 새미 소사와 치열한 경쟁 끝에 98년에 홈런 70개라는 대기록을 세웠고 지난해에도 65개의 홈런을 쳤다. 한국에서는 98년 용병 타이론 우즈가 42개로 홈런왕이 됐고, 지난해에는 ‘아기 사자’ 이승엽이 64년 왕정치가 세운 55개의 아시아기록에 한 개 모자라는 54개의 홈런이라는 초유의 기록을 세웠다.

▷홈런의 얘기는 올해도 이어진다. 얼마 전에는 김동주가 잠실야구장 개장이후 최초로 외야 지붕 너머로 날아가는 대형 홈런으로 팬을 놀라게 했다. 그리고 19일에는 박경완이 한 게임 4연타석 홈런이란 대기록으로 한국 프로야구사를 새롭게 했다. 그 기록은 미국에서도 철인 루 게릭이 34년에 기록한 것 등 4번에 불과하고, 일본에서는 왕정치가 1964년에 세운 게 유일하다. 박경완의 대기록을 축하하면서 프로 입문시 연습생이었던 그를 생각하게 된다. ‘힘찬 스윙보다 강인한 정신력의 결실이 아닐까’라는 것이다.

<윤득헌논설위원>dhy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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