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은행 '위험지수' 97년 IMF前 수준 접근

  • 입력 2000년 5월 21일 19시 44분


은행 금융기관의 구조조정 지연과 부실심화로 경영기반이 극도로 취약해지면서 은행 경영 전반에 대한 우려감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21일 외환은행 경제연구소의 내부보고서에 따르면 은행산업 위험정도를 보여주는 ‘은행압력지수’가 올해 들어 급속히 높아져 97년 외환위기 이전의 위험수위에 근접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외환은행 경제연구소는 이 보고서에서 “국내 금융기관간 이해관계 대립과 사업장별 노조의 반발로 100조원 규모의 워크아웃이 진척되지 않는 상황에서 투신사의 구조조정문제가 또 다시 불거져 금융부문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수익구조 개선안돼▼

경제연구소의 한 관계자는 “은행압력지수가 IMF체제직전의 위기 수준까지 간 것은 아니지만 올들어 상승속도가 너무 빠른 것은 우려할만한 점”이라며 “은행권 자체보다는 금융권 전반의 불확실성이 압박요인이 되고 있으며 은행의 위기상황은 각 은행의 주가수준이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은행권은 4월에만 15조원의 자금이 신규유입되었으며 1·4분기(1∼3월) 당기순이익도 큰 폭의 흑자를 기록해 외견상 건전해보이지만 예대마진 축소와 은행신탁의 부실로 수익구조가 개선되지 않고 있다.

무엇보다 현재 워크아웃 여신을 제외한 금융권이 안고 있는 64조원의 부실여신과 투신 등 제2금융권 구조조정으로 나타날 잠재 부실여신이 은행권에 전가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최근 국제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와 톰슨뱅크워치 등이 잇따라 국내은행산업에 대해 경고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는 것도 바로 이같은 요인 때문이다.

▼향후 2~3개월 중요▼

금융연구원 고성수(高晟洙)연구위원은 “최근 경제위기설이 과장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지만 은행권 등 금융산업에 국한해서 본다면 앞으로 2∼3개월은 매우 중요한 시기”라며 “외국투자자들이 우려하는 부실을 공적자금 투입 등으로 하루빨리 터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지적했다.

<박현진기자>witness@donga.com

◇은행압력지수란?◇

은행산업이 대내외환경에 얼마나 취약한가를 나타내주는 지표. 외환위기 직전인 97년 0.7선까지 올라갔다가 이후 부실여신 정리와 합병 등 금융구조조정 등으로 99년 3∼4월 ―1.0 이하로 떨어졌다.

그러나 올들어 플러스로 다시 반전된 이후 급격한 상승세를 보여 3월말 현재 0.6에 근접하고 있다.

은행압력지수는 미국계 증권사인 UBS가 개발한 것으로 △금리 경상수지 환율 등의 실물지표 △예금 및 대출만기 불일치 △총부채에 대한 해외순외채비중 △해외 실질 실효환율 △은행의 자산불건전성 등 10개 부문을 평가한 가중치다. 플러스 수치가 클수록 은행산업이 대내외변수에 취약한 것을 보여주며 마이너스일수록 안정된 상태임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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