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흐르는 한자]靑出於藍(청출어람)

  • 입력 2000년 5월 19일 09시 47분


전국시대 趙나라의 대학자 荀子(순자)는 性惡說(성악설) 때문에 후세의 儒家(유가)로부터 인심을 잃었지만 敎育을 강조한 것만큼은 박수갈채를 받았다. 사실 그의 性惡說은 孟子의 性善說에 정면 도전한 것이어서 儒家의 庶子(서자)로 취급받기에 족했지만 敎育에 대한 주장은 孟子와 다를 바가 없었다. ‘敎育’이란 말을 孟子가 만들었다면 그는 중국 최초로 勸學篇(권학편)을 쓴 사람이다. 絶妙한 비유와 論理는 천고의 명문장으로 꼽힌다. 첫머리에 이런 대목이 나온다.

靑出於藍靑於藍(청출어람청어람·청색은 쪽에서 나왔지만 쪽보다 더 푸르고)

氷水爲之寒於水(빙수위지한어수·얼음은 물에서 나왔지만 물보다 더 차다)

비록 弟子일지라도 열심히 하면 얼마든지 스승을 능가할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하는 말이다. 孔子는 하나를 가르쳐 주면 열을 알았던 제자 顔回(안회·일명 顔淵)를 특히 총애하였으며 때로 그로부터 배울 정도였다고 한다. 그가 나이 서른 하나에 요절하지만 않았던들 또 모를 일이다.

그렇다. 스승을 능가하는 弟子가 드물지 않다. 우리가 아는 偉人들은 모두 靑出於藍의 예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우리는 바둑에서도 그런 예를 본다. 이창호 9단은 조훈현 9단의 제자이지만 스승을 이기곤 한다. 스포츠에서도 그런 예가 많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의 코치가 모두 금메달을 땄던 것은 아니지 않은가. 비록 師弟간의 구분이 엄했던 옛날에도 제자가 스승을 능가하는 것은 스승에게 커다란 영광이었다. 靑出於藍은 弟子가 스승을 능가하는 것을 말한다. 줄여서 出藍이라고도 한다.

鄭錫元(한양대 안산캠퍼스 교수·중국문화)

478sw@mail.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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