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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0년 5월 18일 19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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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4개월된 이종남 한국투신 사장이 물러나기로 한 금주 초 금융감독위원회 고위관계자들은 ‘후임 인선이 걱정된다’는 우려를 숨기지 않았다. 정부가 대주주인 서울은행 최고경영자(CEO)를 선임하느라 골머리를 앓았는데 또 다시 양 투신사 경영진까지 새로 골라야 하다니…. 더욱이 ‘투신사 부실의 상당부분은 금융정책을 담당했던 전직관료들의 책임’이라는 세간의 비판을 떠올리면 인선의 폭은 더욱 좁아진다.
▼외환-서울銀등 진통▼
외환은행 행장추천위원회 관계자는 15일 금감원 수뇌부에 ‘SOS’를 쳤던 것으로 알려졌다. 삼고초려 끝에 영입에 성공하는 듯 했던 김경우 평화은행장이 끝내 고사 의사를 밝히자 주총일(18일)에 쫓긴 행추위가 ‘혹시 정부측에서 추천할 인사가 있느냐’고 타진했던 것. 금감원 관계자는 “총선 때 관치인사 시비로 곤욕을 치렀던 점을 상기시키고 돌려세웠다”고 털어놓았다. 외환은행은 간신히 김경림 부산은행장을 대타로 영입하는 데 성공했지만 이번에는 부산은행 노조의 반발로 진통을 겪고 있다.
외환위기 전까지 시중은행장은 장관이 부럽지 않은 위상과 힘을 갖고 있었다. 정치권에 줄을 댄 기업들에 대한 정책자금 배분을 은행장이 좌지우지하면서 은행장 자리는 정권유지기반을 닦는 역할을 맡기도 했다.
최근엔 사정이 완전히 달라졌다. 대우채 관련 대손충담금을 다 쌓고 1분기 순익도 만만찮게 올린 은행들이 CEO를 못 구해 안달하는 기현상이 곳곳에서 벌어진다. 특히 공적자금이 투입됐거나 합병 당할 것이란 평가를 받는 은행들이 심각하다.
▼후보신원 공개로 더 기피▼
올 3월 신억현 행장대행의 사퇴로 야기된 서울은행의 경영 공백은 대표적 사례. 금감위는 10명 안팎의 후보들을 인터뷰했으나 적임자를 구하지 못해 자문계약을 맺은 도이체방크에 행장인선을 떠넘겼다. 그러나 도이체방크 역시 적임자를 구하지 못하자 고육지책으로 강정원 도이체방크 서울지점 대표를 직접 CEO후보에 포함시켰다.
외환은행과 서울은행은 각각 18, 20일 주총을 열고 후임행장을 확정한다. 그러나 2개월여 동안 본인 의사와 무관하게 하마평에 올랐던 오호근 대우구조조정협의회 의장, 오호수 LG증권사장 등 20여명의 국내외 금융전문가들은 몸담고 있는 조직에서 명예와 신뢰도에 상당한 흠집을 입은 게 사실.
외환은행 장병구 부행장은 “행추위 추천을 통한 행장 선임절차는 투명성을 높이는 데는 기여했지만 신원이 공개되기 때문에 오히려 적임자가 기피하는 경향이 있다”고 개선 필요성을 지적했다.
<박래정기자> eco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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