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2000년 5월 17일 19시 34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필자 자신이 어린 자식들과 대화하거나 그들에게 조언할 때 반은 의식적으로, 반은 무의식적으로 “이 세상에 공짜는 없어” “자기 몫은 스스로 챙겨야 해” 등으로 말하는 것을 보면 우리 의식 속에 등가교환의 이데올로기가 얼마나 깊이 자리잡고 있는지 절감한다.
그러던 차에 요즘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우리나라 유수의 벤처기업들이 이익 중 상당부분을 갹출해 사회복지법인 ‘아이들과 미래’를 설립하고 특히 불우한 어린이들의 복지를 위해 활동하기로 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기업의 최대목표이자 명제는 이윤극대화라고 귀에 못이 박히도록 배워온 터라 신선한 충격과 함께 이 법인에 참여한 벤처기업가들의 식견이 대단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반강제 관행-준조세 인식 깨야▼
필자는 기부가 실천하기 힘든 행위인 만큼 이를 명예로운 행위로 여기는 사회적 인식이 확산돼야 하고 기부를 장려하는 사회적 장치들도 마련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와 관련해 세법은 일정한 범위에서 기부금을 비용처리 함으로써 세금을 줄여주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으나 아직 부족한 점들이 있다.
우리의 현실을 보면 기업이 적자를 보면서도 기부를 하는 현상에 마주치게 된다. 기업의 기부가 관의 권유 아래 거의 반강제적으로 행해져 온 관행 때문이다.
1년 중 때가 되면 으레 무슨 성금이니 헌금이니 하는 캠페인성 행사가 벌어지고 기업들은 공과금 내듯 마지못해 응한다. 기업 스스로 기부를 명예로운 행위로 생각하지 않을 뿐 아니라 이를 준조세로 파악하는 경향마저 있다.
다음으로 우리의 기부현실을 보면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전체 기부금 중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압도적이다.
미국의 경우 개인의 기부금에 대한 기업 기부금의 비율이 1980년의 경우 6.7%에 불과하다.
우리 현실은 기부금 모집에 관이 개입하고, 나아가 우리 사회가 기부의 본지를 충실하게 이해하고 그에 맞는 정책을 취하지 않았던 데에 그 원인이 있다. 단적인 예로 소득세법은 개인의 세액 산정때 비용처리 해주는 기부금의 한도액을 고작 소득금액의 5%로 잡고 있을 뿐이다.
▼민간 기부활성화 장치 필요▼
한 사회의 복지가 실현되기 위해서는 정부부문에서의 사회보장 시스템도 중요하지만 민간부문에서의 기부문화가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
민간부문은 정부부문에 비해 그 가용자원의 크기는 비록 작을지라도 모아진 자원을 필요한 곳에 기동력있게 배분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또 민간부문의 확대는 기부문화가 우리 사회에 뿌리내리는 것을 의미하며 이는 기부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전환을 가져온다.
이같은 민간부문의 확대를 위해서는 기부에 대한 이해를 원칙적으로 공유하는 일이 절실하다.
다시 말하지만 기부란 자기와 특별한 연관이 없는 사람에게 아무 대가를 바라지 않고 자발적으로 금품을 제공해 돕는 것이다. 이러한 기부의 자발성을 강조하고 그 행위의 명예성이 사회 전체에 공유될 때 우리 사회의 복지는 한층 성숙하는 것이다.
조성오(변호사·법무법인 移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