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부즈맨 칼럼]임상원/기사형 광고 분명히 구별을

  • 입력 2000년 5월 14일 20시 07분


저명한 여류 정치철학자 한나 아렌트는 일찍이 현대사회의 문제를 공공영역이 사적영역으로 편입돼 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린다 김 로비사건과 고속철 로비사건은 참으로 엄청난 사건이다.

그런데 이들은 어떻게 돼가고 있는가. 하나는 개인의 성추문사건으로 에피소드화 하고 있고 또 하나는 외국에서 로비는 합법적이라는 기사와 함께 은근히 협잡꾼들의 대형 사기극일 가능성까지 암시되고 있다.

국민은 한마디로 이들을 범죄집단의 범죄로 생각한다. 동아일보는 린다 김 사건에 대해 검찰의 재수사를 촉구하면서 성추문으로 확대되는 것을 경계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 이상으로 고속철 사건에 대해서도 동아일보는 엄격해야 한다.

'린다 김의 선글라스 나도 쓰고 싶어요'(11일자 30면)와 같은 종류의 기사는 실망스러웠다. 이들 로비사건의 문제는 공적인 문제가 밀실에서 사적으로 처리되었다는 것이다.

즉 사밀화(私密化)의 문제이다. 신문이 이를 성추문이나 흥미본위로 다루는 것은 또 다른 차원에서 공적인 문제를 사적인 영역의 문제로 전환시키는 것이다.

보이지 않던 사물을 보이게 하고 들리지 않던 소리를 들리게 하는 것, 그리하여 공론의 무대에 올려놓는 것, 이것이 신문이 해야 할 일이다.

신문을 읽다보면 별로 귀담아 들을 필요도 없는 시끄럽고 하잘 것 없는 '소음'과 기자도 쓰고 나면 시시해서 마음이 허전했을 내용들이 꽤나 많다.

그런 식으로 만들지 않아야 한다. 사실 저널리즘이란 지극히 통속적인 것이다. 그러나 사건에 따라 신문은 엄하고 진지해야 한다. 당사자들뿐만 아니라 읽는 이 모두가 가슴이 서늘해질 정도로 무섭게 칼날을 세운 추상같은 기사가 없다.

최근 동아일보가 주는 즐거움 중의 하나는 기획기사이다. 월요일자에 연재되고 있는 기획기사인 '지구 자연 인간'(8일자 A9면) '피라미드에서 인터넷까지'(9일자 A22면) 등은 읽을 만한 인상깊은 내용이었다.

한가지 유감스러운 것이 있다. 지난주는 석가탄신일이 있는 특별한 주이었는데도 불교와 관련된 본격적인 기획이 없었다. 우리 문화 내면 깊숙이 자리잡고 있는 불교적 전통을 생각할 때 한 번 성찰해 보아야 할 문제이다.

12일자 A1면에서 '경제핵심들 말 바꾸기'의 내용을 도표로 제시한 것은 독자에게 분명하고 확실한 정보를 제공한 것이었다.

광고, 특히 전면광고 등 대형광고가 늘어나고 있다. 광고가 늘어나는 것은 어쩔 수 없다하더라도 기사형 광고는 광고라는 것을 분명히 밝혀줘야 한다. 특히 8일자 A18면의 결혼 정보회사 광고, 과외광고는 그것이 광고인지 기사인지 구별이 잘 안됐다.

신문은 알고 있는 것 모두를 분명하고 명백하게 밝혀 말해야 한다. 기자의 취재수첩에만 적어놓은 채 썩히지 말라. 이번 로비 사건은 일회성 기사로 그냥 지나칠 일이 아니다. 특별취재팀이라도 만들어 1년이고 2년이고 진실이 밝혀질 때까지 최선을 다해 취재 보도해야 한다. 이것이 독자들이 원하는 것이다.

임상원 <고려대 교수·언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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