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美 시스코 주가도 과대평가"

  • 입력 2000년 5월 9일 19시 54분


5일(미국시간) ‘3월 실업률이 30년만에 최고치였다’는 발표에도 불구하고 오름세를 보였던 나스닥지수가 8일엔 3.86%나 하락했다. 이유는 미 증시 시가총액 2위 기업인 시스코시스템스가 월스트리트저널의 온라인자매지인 배런스지에 ‘두들겨 맞아’ 7.38%나 떨어진 것.

배런스는 이날 기사에서 “시스코의 합병예산, 수익, 주가는 거의 비슷한 속도로 증가해왔다”며 “세 요소는 어느 하나가 상승대열에서 이탈하면 나머지들이 흔들릴 정도로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분석했다.

즉, 이런 성장전략이 자기파멸의 씨앗을 품고 있다는 주장이다.

‘시스코는 93년이후 57개 기업을 인수하며 커왔는데 인수가격을 너무 높게 책정, 통신장비 업종 전체의 주가를 올려놓아 인수합병이 점점 어려워지게 됐다. 또 시스코 주식을 인수자금으로 내놓은 ‘공동출자’(pooling) 방식은 주주의 이익을 침해하고 있다’는 분석.

이런 비판의 전제이자 결론은 시스코 주가가 과대평가돼 있다는 점이다. 지난주말 시스코의 주가는 주당 67달러선. 작년 7월말로 끝난 회계연도의 주당순이익 35센트의 190배다. 전통적인 기준에 따르면 ‘시스코의 순이익이 연간 190% 상승해 2010년에 2조5000억달러가 된다’는 도무지 비현실적인 가정을 하지 않으면 합리화할 수 없는 주가수준이다.

새삼스러운 감이 있는 이같은 비판에 대해 미 증시 전문가들은 “배런스의 기사가 기술주 고평가문제를 다시금 생각하게 만들었다. 9일 발표될 시스코의 기업실적이 예상치를 훨씬 상회하지 않는 한 기술주의 매도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ING베어링스 김지성부장은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네트워크 장비시장에서 독점적인 지위를 차지하고 실제 현금수익을 내고 있는 시스코의 주가에 거품이 있다는 주장은 함부로 하기 어렵다”면서 “이번 사건은 시장심리가 극히 불안정하며 기술주의 적정가치평가기준에 대한 논란이 쉽게 끝나지 않을 것임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이철용기자>lc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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