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은행신탁 원금 까먹었다…産銀 첫 기록

  • 입력 2000년 5월 3일 19시 36분


은행 신탁상품에 돈을 맡긴 고객이 원금마저 찾지 못하는 사례가 처음으로 발생했다.

증시침체로 일부 은행의 단위금전신탁 성장형 상품들의 원금이 잠식된 것이다. 이에 따라 은행권 신탁자금의 대규모 이탈이 예고되고 있다.

단위금전신탁은 지난해 4월 시판 이후 투자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어 은행 신탁의 효자노릇을 톡톡히 해온 상품. 하지만 주식에 30%까지 투자하는 성장형의 수익률이 극히 저조함에 따라 단위신탁 만기자금을 재유치하려는 각 은행의 전략에 차질이 생기는 것은 물론 추가불입과 중도해지가 자유로운 추가형신탁의 자금이탈까지 부추길 것으로 우려되고 있는 것.

3일 금융계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2일 성장형 단위금전신탁 상품인 ‘산은 성장펀드 4호’에 대해 기준가격 987.20원으로 운용을 끝냈다. 기준가격이란 투자원금을 1000원으로 보고 수익률을 측정하는 지표. 이 펀드에 투자한 고객들은 은행수수료를 포함해 1.28%의 손실을 보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10일에 만기가 돌아오는 산업은행 성장형 5호 상품의 경우에도 3일 현재 999.92원의 기준가격을 기록하고 있다.

다른 은행들도 사정은 마찬가지. 12일과 17일 만기가 되는 평화은행과 신한은행의 성장형 상품도 이날 현재 각각 946.61원과 987.97원의 기준가격으로 원본손실로 운용을 끝낼 가능성이 높다.

다음달 10일 만기가 돌아오는 한빛은행 성장형펀드인 천포인트플러스신탁 2호는 이날 현재 기준가격이 972.87원이다.

기업은행 성장형 펀드인 흥부네박 6호(만기일 8월2일)의 기준가격은 이날 현재 960.52원에 불과하다.

조흥은행이 성장형 상품으로 판매한 조흥베스트 시리즈 6개 펀드는 모두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는 형편.

이처럼 원금도 안 되는 신탁펀드들이 속출하자 최근 만기가 돌아온 단위금전신탁 자금의 대부분이 신탁을 이탈했거나 은행권을 떠난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증시침체의 바닥이 좀처럼 드러나지 않고 있어 신탁자금 이탈 현상이 장기화되지 않을까 염려된다”고 말했다.

<신치영기자> higgled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