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크루그먼 칼럼]차라리 윈도를 확실하게 분할하라

  • 입력 2000년 4월 30일 19시 37분


미국 법무부는 공식적으로 마이크로소프트(MS)를 컴퓨터 운영체계인 윈도 회사와 소프트웨어 등 그 밖의 모든 부문을 통합한 회사(대표적 소프트웨어는 마이크로소프트 오피스) 두개로 수평 분할할 것을 요구했다.

지난번 칼럼(본보 28일자 A14면 참조)에서 나는 라인강변에 있는 두개의 요충지를 차지하고 강의 통행세를 받던 영주를 MS에 비유한 적이 있었다. 법무부의 제안은 영주에게 한 요충지만 차지하고 나머지 요충지를 조카에게 내주라고 한 것과 같다. 두명의 영주가 통행세를 경쟁적으로 받도록 요청한 셈이다.

법무부는 윈도의 독점이 MS 오피스의 독점을 강화하고 오피스의 독점이 윈도의 독점을 강화하는 연계를 깰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그렇게 해서 윈도 운영체계에 도전하는 여러 회사와 오피스에 도전하는 여러 회사가 생겨날 여지를 만들어줘야 한다는 것.

여기서 생기는 의문은 정말 MS를 둘로 쪼개는 것이 각 회사의 독점을 깨는 데 기여할 것이냐는 점. 하류에 있는 요충지와 같은 오피스의 경우 홈코트의 이점을 상실하면 경쟁회사들이 생겨날 수 있다.

하지만 윈도의 경우 분할로 독점이 시정될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윈도는 상류의 병목지점에 요충지를 차지하고 있는 격이다. 운영체계 시장에 경쟁을 도입하기 위해서라면 왜 그렇게 하지 않는가. 왜 윈도 부문을 여러 회사로 쪼개지 않는 것일까. 어떤 해결책도 윈도를 손대지 않는다면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브루킹스 연구소의 로버트 리턴과 같은 MS 비판자들의 충고를 따르지 않는 것인가.

윈도의 ‘수직적 분할’에 대한 우려가 많은 것은 사실이다. 누구는 호환성이 없는 윈도 버전들이 나올지 모른다고 지적하고 있다. 하지만 전혀 다른 운영체계들이 나오는 것보다 덜 호환적이라고 가정할 이유가 없다. 또 누구는 지적재산권의 몰수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법무부가 MS의 시장지배력을 빼앗으려는 것 자체가 그런 것 아닌가.

법무부의 미봉책(수평적 분할안)은 다분히 정치적 이유에서 만들어졌다. 윈도를 쪼개는 게 너무 급진적으로 비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은근하게, 에돌아가려 한다. 하지만 경제에서 미봉책은 어느 쪽으로든 명백히 내려진 결정보다 나쁘다.

이런 조치는 가격만 올려놓고 호환 불가능한 시스템을 만들어놓는 동시에 투자 분위기를 위축시킬 수 있다.

분명히 하자. 만약 MS의 죄악이 윈도 독점을 해체할 정도라면 그렇게 하라. 마치 그렇게 안하는 것처럼 하면서 빙 둘러서 윈도의 독점을 해체하려는 짓만은 말아야 한다.

<정리〓홍은택기자> euntack@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