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계 21세기 비전]예장 서울 서북노회 '의료선교단'

  • 입력 2000년 4월 27일 19시 33분


“농촌 지역의 노인들은 근골 계통의 통증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더군요. 신경통 근육통을 말하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젊은이들이 대부분 떠나 노인들이 일을 해야해요. 휴식을 취해야하는데도 현실은 그렇지 못하고…. 노인분들에게 위안을 드렸으면 좋겠습니다.”

한의사 김봉현씨는 7년째 매월 셋째주 일요일에는 전국 각지로 무료 의료봉사활동을 다니고 있다. 한의사 김태희, 내과의사 이선구, 치과의사 이종식, 소아과 의사 홍용우씨 등도 함께 한다. 이들에게는 ‘한방과 양방의 갈등’이 전혀없다.

이들은 대한예수교장로회 남(男)선교회 서울 서북노회연합회 소속 의료선교단원들이다. 노회 연합회는 일정 구역내의 교회연합회 성격을 갖는다. 서울 서북노회연합회는 서울 은평구와 경기 고양시 일대 100여 교회로 구성돼 있다.

서북노회연합회는 1986년부터 신도들 중 의료인들로 구성된 ‘의료선교단’을 조직해 활동하고 있다. 서울 은평구 응암교회에서 치과의사 최원종, 내과의사 김종현 등 두명의 의사를 포함한 10여명의 교인이 ‘의료선교’를 시작한 것이 1979년. 횟수를 거듭할수록 주변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응암교회 이웃의 교회들이 호응했고 서북노회연합회 의료선교단이 구성되기에 이르렀다.

이들은 응암교회 의료선교활동을 포함해 총 200회에 걸쳐 1만6266명을 무료진료했다. 경북 문경, 충북 충주 등 전국 각지에 이들의 발길이 닿았다. 의료선교에는 전문의들과 약사 간호사 등이 참가한다. 현재는 의사 5명이 참가하고 있지만 그동안 서북노회연합회에 속한 수십명의 의사들이 일정기간 동안 활동을 펼치고 교대했다.

“주민들의 반발도 많았지요. 초창기에 경기도 인근의 한 동리로 의료선교를 나갔을 때는 예수믿으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몰려왔다고 쳐다보지도 않더군요. 무관심과 냉대에도 불구하고 8개월 동안 계속해서 이 동네에서 봉사활동을 했습니다. 나중에는 동네 주민들께서 의료선교단이 머물던 교회로 통하는 길을 넓혀줄 정도로 뜨거운 호응을 받았습니다.”

서북노회연합회 의료선교단 초대 단장을 지낸 응암교회 차철수 장로의 회고담. 개인사업을 하고 있는 차장로는 의료인이 아니지만 의료선교단의 탄생과 활동에 크게 공헌했다. 그는 “서로 사랑하고 남을 위해 봉사하라는 예수님 말씀을 생활 속에서 실천하자는 뜻이 교인들의 마음을 움직인 것 같다”고 말했다. 서북노회연합회 의료선교단의 봉사활동에는 최근 가전제품 수리업자, 미용사 등이 함께 참가해 각종 서비스를 무료로 펼치고 있다. 이들의 의료선교는 다양한 직업의 교인들이 참가해 봉사활동을 펼치는 형태로 탈바꿈하고 있는 중이다. 1998년부터는 중국 연변 조선족을 대상으로 하는 의료선교활동도 하고 있다.

‘너는 말씀을 전파하라. 때를 얻든지 못 얻든지 항상 힘쓰라.’

서북노회연합회원들은 이같은 성경구절을 새기며 봉사활동에 나서고 있다.

“각박한 세상이라고들 말합니다. 물질이 기승을 부리는 새로운 세기에 사람들 마음속의 질병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주님의 말씀대로 평화와 사랑을 위해 서로 노력하면 고난과 역경속에서도 구원의 길이 있습니다.”

봉사와 사랑이 인간을 구원하리라는 것이 차철수 장로를 비롯한 의료선교단의 비전이다.

<이원홍기자> blue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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