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 타워]이훈/인터넷벤처는 '적자 프로야구'?

  • 입력 2000년 4월 24일 19시 04분


인터넷 벤처 열풍으로 하루에도 수십개씩 탄생하고 있는 인터넷 벤처기업들은 저마다 독특한 사업 아이템으로 특허를 출원하고 ‘홍보’만 잘하면 곧 엄청난 돈을 벌 수 있는 것처럼 말하고 있다.

이들은 회원을 수십만∼수백만명 확보했으니까 이를 활용하면 다양한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막연한 기대’를 강조한다. 그러나 구체적인 설명은 늘 불충분하다. 즉 수익구조를 명쾌하게 설명해주는 업체를 찾기 힘들다.

최근 한 벤처기업의 사장은 이같은 인터넷 벤처 열풍의 허상을 ‘프로야구’에 비유해 기자의 귀가 솔깃했다. 82년 출범한 프로야구는 20년 가까이 지속되면서 연간 600만명의 시민이 관람하는 ‘사랑받는 스포츠’로 자리잡았지만 경제적인 측면에서 보면 구단 운영비를 감당하지 못하는 적자 사업이라는 것.

그는 최근 앞다퉈 등장하고 있는 소위 ‘포털’사이트들은 ‘프로야구장’이라고 말했다. 프로야구의 인기에 편승해 저마다 구장(사이트)을 건립하고, 자기 구장에서 펼쳐지는 경기가 가장 재미있다고 떠들고 있지만 실제로 돈을 버는 ‘프로야구장’은 극소수에 불과하다는 것.

오히려 ‘프로야구장(포털사이트)’을 건설해주는 웹 컨설팅 제작업체나 ‘좋은 선수’들을 공급해주는 콘텐츠 업체, ‘프로야구장으로 가는 길’을 닦아주는 초고속통신망 업체 등 ‘주변 사람’들만 돈을 벌 수 있다는 설명이다.

증시 폭락으로 벤처기업의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면서 뚜렷한 수익 모델이 없는 벤처기업 가운데 상당수가 조만간 ‘퇴출’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인터넷 벤처 기업들은 혹시 자신이 껍데기뿐인 ‘프로야구장’이 아닌지 진지하게 고민해볼 때인 것 같다.

이훈<경제부 기자>dreamlan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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