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진단]안양 石山부지 활용 어떻게?

  • 입력 2000년 4월 18일 19시 29분


《15년 동안 산을 깎아 돌을 캐내고 남은 빈땅 9만7000여평을 어떻게 활용해야 할까. 총선 기간에 잠잠해졌던 경기 안양시 만안구 석수1동 석산(石山) 부지 활용 방안이 다시 수도권의 첨예한 현안으로 등장하고 있다.》

이 땅의 소유주인 경기도는 임창열(林昌烈)지사가 단체장 선거 때 공약한 대로 이곳에 교육대학을 짓기 위해 조만간 교육부에 승인을 요청할 계획이다.

▼9만7000평 요지로 부상▼

그러나 법무부는 동안구 호계동에 있는 안양교도소를 이곳으로 옮기기 위해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고 안양시는 벤처단지와 종합경기장을 건설하기를 희망하는 등 석산 부지를 놓고 다양한 의견이 나와 있는 상태다. 안양시민들도 동네별로 서로 의견이 첨예하게 갈리고 있다.

18일 현재 안양시 삼성산 자락인 석수 1동에 있는 석산 부지는 79년부터 93년까지 15년 동안 6345만t의 돌을 캐내고 남은 200여m 높이의 절개지가 있고 그 아래에 9만7000여평의 땅이 나대지로 방치돼 있어 황량한 모습이다. 산이 사라지고 평지가 된 이 땅은 개발제한구역.

산등성이를 하나 넘으면 안양유원지가 있고 차로 3분 거리에 1번 국도(경수산업도로), 10분 거리에 서울 관악구와 금천구가 있다. 또 안양시 석수동과 서울 관악구 신림동을 잇는 도로가 만들어지고 있다. 비교적 수도권의 요지로 부상할 수도 있는 지리적 조건을 갖추고 있는 셈이다.

이 땅에 경기도는 가칭 ‘경기 교육대학’을 신설하는 계획을 추진해 왔다.

경기도 이재율(李在律) 정책기획관은 “인구 900만명이 넘어선 도세(道勢)로 볼 때 초등교원을 양성할 교육대학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경기도 땅인 만큼 경기도가 원하는 방향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교육부 건설교통부 등 정부 부처가 결정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경기도의 교육대학 신설에 대해 다른 교육대학들은 강력히 반대해 왔다. 교육대학 신설 허가권을 갖고 있는 교육부의 입장도 장관이 바뀔 때마다 변해왔다.

▼교대 추진 정부입장 변수▼

이 때문에 경기도는 인천교대의 분교를 설립하는 형식을 택할 방침이지만 기획예산처와 교육부가 국립대를 민간에 이양하거나 축소하는 구조조정 계획을 추진중이어서 분교 설립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법무부도 오래 전부터 이 땅을 주목해 왔다. 안양교도소가 63년에 지어져 낡은데다 도심 한복판에 있어 옮겨할 할 처지인데 석산 부지 만한 땅이 없다고 판단, 지난해 중반부터 교도소 이전을 은밀히 추진해 온 것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석산 부지는 수원지방법원과 서울지방법원이 1시간 이내 거리에 있기 때문에 교도소 이전 부지로 최적”이라며 “그러나 경기도와 안양시, 인근 주민들의 반발이 강해 일단 계획을 보류해 놓은 상태”라고 말했다.

법무부의 이전계획에 대해 현 안양교도소 인근인 호계동 주민들은 지난해 8월 6100명이 서명해 교도소 이전을 주장하는 탄원서를 각계에 제출하는 등 적극 호응하고 있다.

그러나 석산 주변인 석수1, 2동 주민 3200여명은 “석산 개발 때문에 20년이 넘도록 소음과 먼지 등 온갖 고통을 겪어왔는데 이번에는 교도소가 온다는 말이냐”며 결사반대하고 있다.

▼주민들 "교도소는 안돼"▼

안양시는 벤처단지와 경기장 등을 건립하겠다며 경기도에 땅을 팔라고 요구했다가 거절당하자 교육대학 설립에 찬성하는 입장으로 돌아섰다. 하지만 교육대학 설립이 무산될 경우 기존 계획을 다시 추진할 것이라고 시 관계자는 전했다.

안양지역 국회의원과 도의원들은 그동안 지역구에 따라 동안구와 만안구로 나뉘어 입장 차이를 보이면서도 워낙 민감한 사안인지라 입장은 밝히지 않은 채 추이를 살펴 왔다. 16대 총선 당선자들도 아직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안양〓남경현기자> bibul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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