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맥라이언 '지금은 통화중' …갈등 코믹하게 풀어

  • 입력 2000년 4월 2일 21시 07분


줄리아 로버츠와 함께 로맨틱 코미디의 ‘여왕’으로 불리는 멕 라이언 주연의 코미디.

라이언과 함께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 ‘유브 갓 메일’ 등의 히트작을 쓴 작가 노라 애프런과 그의 친동생이자 이 작품의 원작자인 델리아가 공동으로 시나리오를 집필했다.

하지만 이 작품은 사랑 이야기가 아니다. 갑작스럽게 뇌졸중으로 입원한 아버지와 이를 둘러싼 세 자매의 갈등과 가정사를 다루고 있다.

TV 드라마의 낯익은 장면처럼 몸이 불편한 아버지가 애증의 존재이기는 동서양이 마찬가지인 모양. 대신 영화는 울고 불며 매달리는 신파조가 아니라, 코믹하게 접근했다는 차이점이 있다.

세 자매 중 둘째인 이브(멕 라이언 분)는 오랫동안 잊고 있던 아버지 로우(월터 매튜)가 뇌졸중으로 병원에 입원했다는 소식을 접한다. 잡지 편집장으로 출세욕이 강한 언니 조지아(다이앤 키튼)와 탤런트인 동생 매디(리사 커드로)는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아버지 로우를 이브에게 떠맡기다시피 한다. 이브는 아버지 문제를 상의하기 위해 두 자매에게 전화를 하지만 통화도 되지 않는다.

영화는 세 자매의 갈등에 로우 일가가 간직한 추억의 페이지를 회상신으로 덧칠했다. 하지만 영화 속의 ‘세 자매’처럼, 시나리오를 쓴 ‘애프런 자매’도 관객과의 감동적인 통화에는 실패했다. 연기를 하면서 감독을 맡은 키튼은 극 중 수시로 등장하는 전화 장면을 통해 이브와 두 자매, 또는 세 자매와 아버지로 상징되는 세대간의 단절된 관계를 보여주려고 한다. 그러나 로우가 극 중에 거의 등장하지 않는 아내와 왜 이혼했는지, 이브와 어머니의 애증은 무엇 때문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이나 암시가 없다. 여기에 수박 겉핥기식의 심리묘사와 평면적인 이야기 전개로 ‘영화 자체도 통화 중’이라는 답답함을 지울 수 없다. 12세 이상 관람가. 4월8일 개봉.

<김갑식기자>g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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