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현대-실책, SK-느린발 "급소를 찔러라"

  • 입력 2000년 3월 31일 21시 17분


모든 승부가 그러하듯 자신의 강점을 최대한 살리면서 상대의 약점을 집요하게 파는 것이 바로 승리의 비결.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에서 나란히 2승2패의 균형을 이루며 맞선 채 1일부터 열리는 서울 3연전에서 ‘마지막 승부’를 가릴 현대와 SK는 과연 각각 어느 부분이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할까.

우선 현대.

현대의 최대 약점은 실책이 많고 주전들이 파울 관리를 잘못한다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팀의 최대 강점으로 꼽히는 ‘검은 탱크’ 조니 맥도웰이 최대 약점으로도 꼽힌다.

정규리그에서도 실책 231개를 저질러 이 부문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했던 그는 챔피언결정전에 와서도 또다시 실책을 남발하고 있다.

3차전까지는 4개, 3개, 2개만 실책을 해 줄어드는 듯했다. 그러나 4차전에서 그는 실책을 무려 9개나 저지르며 어이없는 ‘패배의 주역’이 됐다.

한 경기 실책 9개는 97∼98시즌 기아와의 챔프전에서 8개를 저질렀던 자신의 한 경기 실책을 넘어선 것.

맥도웰은 실책뿐만 아니라 반칙을 남발, 4차례의 경기중 1차전만 제외하고 세 차례 모두 경기 도중 5반칙 퇴장당해 제 몫을 해주지 못했다.

‘특급 조율사’ 이상민도 반칙에 고생하고 있다. 3차전에서 2쿼터 막판 일찌감치 파울 트러블에 빠져 32분만을 코트에서 뛴 이상민은 4차전에서도 3쿼터 초반 파울 트러블에 걸렸다.

결국 이상민과 맥도웰로부터 시작되는 현대 특유의 속공은 보이지 않았고 SK는 앞으로도 이들에 대한 ‘함정 작전’에 힘을 쓸 것이 분명하다.

SK의 아킬레스건은 주전들이 장신 중심이라 스피드에 약하다는 것. ‘더블포스트’ 서장훈과 재키 존스는 가끔 공격 리바운드를 따내기 위해 골밑 깊숙이 들어갔다가 상대가 공격을 해 오면 백코트를 하지 못하고 너무도 손쉽게 속공을 허용한다.

100m를 11초대에 뛰는 조성원을 비롯해 추승균, 이상민 등 빠른 선수를 보유한 현대에 큰 허점을 보이는 것.

현대는 SK의 이러한 약점을 최대한 이용해 7, 8점차는 두세번의 연속 속공으로 쉽게 뒤집는다.

SK의 또 하나 약점은 주전들이 체력 안배를 할 수 있게 하는 식스맨의 활용이 아직도 매끄럽지 못하다는 점.

현대가 정규시즌 내내 식스맨들을 내세워 경기 감각을 익힌 것과는 달리 SK에는 석주일과 손규완 이외에 이렇다할 경험을 쌓은 선수들이 없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식스맨들이 코트에 들어와 몇 분도 지나지 않아 연속 파울로 퇴장당해 주전들에게 숨돌릴 틈도 주지 못하고 있다.

<전창기자>j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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