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재간둥이'미드필더 조진호가 돌아왔다

  • 입력 2000년 3월 30일 21시 35분


그라운드의 ‘재간둥이’ 조진호(27·부천 SK)가 돌아왔다.

90년 포르투갈 남북 단일팀 청소년축구대회, 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93년 호주 청소년축구대회에서 한국의 간판 미드필더로 번득이는 골감각을 선보이던 그가 오랜 침체기에서 벗어나 부활의 날개을 활짝 폈다.

올시즌 부천 SK 김기남과 맞트레이드된 조진호는 29일 대한화재컵 조별리그에서 후반 25분 교체 투입되자마자 친정팀 포항 스틸러스 골네트를 거푸 가르며 ‘제2의 전성기’를 예고했다.

조윤환 부천 감독은 “일본 프로축구로 진출한 윤정환의 공백을 조진호와 샤리가 완벽히 메우고 있다”며 “특히 조진호는 문전 골결정 능력이 뛰어나 승부를 결정짓는 히든 카드로 활용하고 있다”고 그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축구팬은 조진호하면 93년 호주청소년축구대회 예선 마지막 경기 미국전을 먼저 떠올린다. 조진호는 이날 경기 전반 상대 골키퍼까지 완벽히 제치고도 실축, 한국의 본선 진출 꿈이 무산되는 바람에 국내 축구팬의 아쉬움을 샀다.

이후 조진호는 심적 부담감 때문인지 94년 포항에 신인 1순위로 지명되고도 뚜렷한 활약을 못했다. 95년에는 오른쪽 무릎 인대가 늘어나 8개월간이나 병상에서 신음했고 이듬해 상무에 입단했다.

조진호는 지난해 초 상무에서 제대, 재기를 노렸으나 자신의 공격적인 플레이 스타일이 팀컬러에 안맞아 제대로 출전기회조차 잡지 못하면서 자신감도 상실했다. 팬의 뇌리에서도 어느새 그의 존재는 서서히 잊혀져 갔다.

조진호에게 마지막 행운이 찾아든 것은 올시즌 둥지를 옮기면서. 수비 가담이 덜하고 공격적인 성향의 부천은 조진호와 궁합이 착착 맞아들어갔다. ‘마지막 기회’라는 각오로 팀 동계훈련 기간중 누구보다 굵은 땀방울을 흘렸고 29일 두 골로 자신감도 완전히 회복했다.

“무엇보다 최선을 다한 플레이로 팀 우승의 원동력이 되고 싶습니다. 물론 태극마크에 대한 미련도 언제나 남아 있습니다. 93년의 ‘실수’는 제 축구 인생에 큰 밑거름이 됐습니다. 문전에서 찬스가 오면 이전보다 훨씬 침착하게 볼을 처리하게 됐죠.”

조진호는 8년 열애 끝에 11일 결혼한 아내 우수희씨의 내조도 슬럼프 탈출에 일등 공신이 됐다고 덧붙였다. “8년간 늘 스탠드 한쪽에서 저를 지켜줬죠. 이제는 축구 준전문가가 돼 제 플레이에 대한 조언도 아끼지 않아요. 결혼하고 경기 때문에 신혼여행도 못가 미안하지만 훨씬 안정된 분위기에서 경기에 전념하게 됐어요.”

조감독은 지금까지 그가 명성에 비해 빛을 보지 못했다고 말한다. 그러나 조진호는 이제 다시 축구화 끈을 바짝 조여매고 있다.

<배극인기자>bae215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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