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네거티브 운동

  • 입력 2000년 3월 28일 19시 41분


묶어놓은 풍선의 바람구멍을 푼 것처럼 어제부터 전국이 시끌벅적하다. 도시 농촌 할 것 없이 노래와 말의 잔치가 풍성해졌다. 시장이나 역 등 사람이 모인 곳마다 온갖 말이 양산돼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바꿔 바꿔’와 ‘페스티벌’ 개사곡이 철만난 듯 울려퍼진다. “더러운 부패정치뿐이야/낡은 지역감정뿐이야/바꿔 바꿔” “이제는 바꿔봐요 정치권/소신과 당당함으로 서민 위한 참일꾼 골라봐요.” 오랜만에 축제 분위기가 느껴지지만 뭔가 터질 것 같은 불안감도 없지 않다.

▷최소한 3명중 1명이 아직 투표할 후보를 결정하지 않았다는 여러 조사결과가 나온 가운데 16대 총선 결선 레이스가 시작됐다. 이번 총선에 거는 기대는 과거 어느 때보다 높았다. 새천년 새희망의 새정치를 열어보자는 국민 염원에다 시민단체들의 활기찬 움직임도 기대를 부풀렸다. 그러나 막상 출발선에 서고 보니 오히려 과거만 못한 선거가 될 것이란 비판이 적지 않다. 왜 그럴까. 바꾸고 고쳐보자는 움직임도 고착화한 인식, 한 예로 지역주의 앞에서는 맥을 못추는 결과를 미리 봤기 때문이 아닐까.

▷각종 조사로 영호남 대부분 지역의 선거결과는 이미 ‘해보나마나’로 굳어졌다. 이들 지역은 특정 정당의 ‘텃밭’이란 개념이 보편화됐다. 60여개, 또는 30여개나 되는 의석중 타 정당이 한두 석이라도 차지하면 기적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각 정당부터 지역감정 타파는 이론적 당위의 문제이지 실제 투표와는 별개라고 생각하고 있다. 자연히 싸움은 수도권 중부권에서 결판이 나게 돼있다. 각 지역 사람들이 혼재한 이들 지역에서의 승패가 전국 선거의 승패를 가름한다고 보고 있다.

▷그러다 보니 우려되는 것이 이 지역에서의 네거티브 선거운동이다. 타지역과 달리 지역정서에 호소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보니 얼토당토않은 흑색선전으로 상대후보를 깔아뭉개는 전략을 구사할 개연성이 크다는 것이다. 오래 볼 것도 없다. 우선 동네에서 벌어지는 거리유세라도 꼭 한번 들어봐야 한다. 제대로 된 소신, 정치철학을 말하기보다 상대후보를 턱없이 깎아내리는 후보가 누군지 확인해야 한다. 선거판의 험담꾼은 의사당의 협잡꾼일 가능성이 높다.

<민병욱기자> min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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