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이통형 부일이통사장/"변신하는 기업만이 살아"

  • 입력 2000년 3월 26일 19시 57분


‘죽어야 산다.’

부산지역에서 015호출기 사업을 벌여온 주부일이동통신 이통형사장(51)이 부도 위기를 딛고 재기할 수 있었던 경영 철학이다. 이동전화의 급속한 보급으로 해마다 가입자가 절반씩 줄면서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작업에 들어간 이사장은 ‘호출기 사업을 죽여야 회사가 산다’며 뼈를 깎는 노력을 기울인 끝에 부일이통을 인터넷 기업으로 변신시킬 수 있었다.

24일 주주총회에서 사명을 주아이비전으로 변경한 부일이통은 최근 10배이상 뛴 주가를 바탕으로 한 증자와 대규모 외자유치 등으로 900억원의 채무를 모두 갚고 올 상반기안에 워크아웃에서 벗어나게 된다.

▼'삐삐' 몰락 워크아웃 초래▼

▽너무 빨리 꺼진 호출기 붐〓부일이통은 94년 국내에 불어온 ‘삐삐 붐’을 타고 가파른 성장을 계속했다. 해마다 1000억원대의 매출을 올리며 호황을 누렸던 이 회사는 그러나 97년 값 싼 PCS전화가 등장하면서 몰락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사업 방향을 바꿀 겨를도 없이 98년 194억, 99년 300억원의 적자를 냈고 가입자 10만여명과 900여억원의 부채를 떠안은 채 지난해 워크아웃에 들어갔다. 400여명에 달했던 직원도 120여명으로 줄었고 주가는 2000∼3000원대로 떨어졌다.

다른 호출기 사업자들이 정보통신부를 찾아가 “사업권을 반납하겠다”며 정부에 특별 대책을 요구하고 나선 98년초 이사장도 “더이상 호출기 사업에 미련을 두지 않겠다”며 회사의 모든 역량을 인터넷 기업으로의 변신에 투입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인터넷전화로 승부 걸어▼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인터넷 전화까지〓이사장은 PC통신 나우누리와 제휴해 부산지역에서 서비스하고 있는 PC통신 ‘아이즈’를 인터넷포털사이트로 새로 출범시켰다. 그리고 인터넷 전용선을 이용해 ‘폰 투 폰( Phone to phone)’방식으로 인터넷 전화 서비스를 제공하는 i2line.co.kr이라는 회사도 설립했다. 이 회사는 올해 5월 세계에서 가장 싼 가격의 국제전화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

또 ‘빌코’라는 부산지역 TV홈쇼핑 업체와 전략적 제휴를 하고 위성방송 인터넷방송 등을 이용한 인터넷 전자상거래 분야에 진출했다. 전자상거래와 관련, 최근 급증하고 있는 전자화폐를 인식할 수 있는 단말기도 자체 개발하고 특허를 출원중이다.

이밖에 투데이스톡(todaystock.co.kr) 엑스뉴스(xnews.co.kr) 등 인터넷 기반의 벤처기업을 사내에서 키워 분사시켰다. 다음달부터 매월 1개 이상의 사내 벤처를 독립시키는 이사장의 분사(分社)정책은 직원들의 의욕과 열정을 고취시키면서 동시에 쓸만한 벤처기업을 선점하기 위한 투자 전략.

▼사내벤처 分社도 적극지원▼

특히 이사장 자신도 최고 경영자의 덕목을 갖추기 위한 ‘프로그램’을 만들어 실천하고 있다. 하루 2시간이상 인터넷 서핑, 매월 2회 이상 각종 세미나 참석, 1년에 100권 이상의 독서 등의 목표를 실천중이다.

지난 주말 부일이동통신의 주가는 2만8500원. 최근 4만원대까지 올랐다가 약간 떨어진 가격이지만 워크아웃에 들어갔을 당시와 비교하면 10배 이상 오른 가격이다.

이사장은 “개구리가 자신의 몸이 서서히 데워지면서 끓는 물속에서 죽는 것을 모르듯이 현실에 안주해 사업의 방향을 바꿀 시기를 놓쳤다면 회사는 벌써 망했을 것”이라며 “호출기 사업을 ‘죽인’ 것이 오히려 회사를 살릴 수 있는 기회가 됐다”고 말했다.

<이훈기자> dreamlan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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