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 고정운 '마지막 도전'…은퇴각오 재기 노력

  • 입력 2000년 3월 23일 19시 37분


“이대로 주저앉을 순 없습니다.”

한때 한국축구대표팀 날개로 아시아 무대를 휘저었던 ‘적토마’ 고정운(34·포항 스틸러스)이 재기를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고정운은 지난해 11월 오른쪽 무릎 인대가 파열되는 부상을 당해 독일에서 수술을 받고 지난달 귀국했다. 그러나 시즌 개막에 맞춰 그라운드에 복귀하려고 무리한 재활훈련을 하다 오히려 일을 그르쳤다. 무릎에 물이 찬 것. 웨이트트레이닝이 고통스럽고 운동량 조절도 쉽지 않았다.

이 때문에 구단이 희망하던 ‘3월 복귀’도 물 건너갔고 자신이 장담했던 ‘5월 복귀’도 힘들어졌다. 7월 구단과 2년 계약이 만료되는 만큼 재계약 무산의 우려도 솔솔 나오고 있다.

“평소 몸 관리만큼은 누구보다 성실했는데…. 선수 생활 중 요즘처럼 힘들었던 적은 없었습니다. 일단 적어도 내년까지는 선수로 뛴다는 각오지만 설사 은퇴를 하더라도 명예롭게 하고 싶습니다. 내달 말 팀에 합류해 경기 감각을 회복한 후 6월초에는 무조건 출전할 작정입니다.”

고정운은 포지션을 변경해 선수생활을 연장하고 싶은 마음은 꿈에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앞만 보고 달려온 ‘적토마’로서의 명성에 흠을 남기고 싶지 않다는 것.

고정운은 98년 2년간의 일본생활을 마치고 귀국, 국내 처음으로 ‘40(골)-40(도움)’클럽에 가입하며 주가를 높였다. ‘제2의 전성기’를 구가하던 그에게 첫번째 불운이 닥친 것은 그 해 11월. 축구협회(FA)컵 경기에서 왼쪽 무릎뼈와 인대를 이어주는 근육이 찢어지는 부상을 당해 7개월간 고통스러운 세월을 보냈다.

지난해 6월27일 안양 LG전에서 복귀, 팀의 연패 사슬을 끊고 다시 한번 힘찬 날갯짓을 했으나 무리한 대회 출장으로 또다시 부상의 마수에 걸려들고 말았다.

포항구단의 윤종범 사무국장은 “구단도 난처한 입장”이라며 긴 한숨을 내쉬고 있다. 백승철 이동국 김세인 김기남 등 주전 선수들이 줄줄이 부상인데다 윙백 정대훈마저 징계로 6월말까지 출전이 불가능해 어느 때보다 고정운이 아쉽지만 재기가 불투명해 구단내 최고액 연봉자인 그와의 재계약 여부를 장담할 수 없다는 것.

결국 열쇠는 고정운 자신이 쥐고 있다. 그를 아끼는 많은 축구팬은 그라운드를 질주하는 적토마를 다시 보고 싶어한다.

<배극인기자>bae215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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