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 3人 "이렇게 성공했다"]전하진-한창민-이봉재

  • 입력 2000년 3월 19일 19시 59분


▽전하진(42·한글과컴퓨터 사장)〓‘아래아 한글’이 인터넷과는 전혀 관계없는 것으로 생각되고 인터넷의 시대는 결코 오지 않을 것이라는 인식도 있었다. 그러나 나는 한글의 기술이 인터넷상의 중요한 기술로 전환돼야 한다는 ‘절실함’에 사로잡혔다. 포스트PC시대가 곧 온다는 것과 인터넷 시대에 오피스가 부족하다는 사실에서 착안하기 시작, 하루 종일 그 생각만 하고 다녔다.

직관은 이런 ‘절실함’에서 나온다. ‘최고로 잘해보겠다’는 강박관념 비슷한 것이 취미에 맞는 사람들이라면 직관력은 그만큼 강해진다. 지금은 한글과 인터넷을 결합한 기술이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돼 그 누구도 한글을 포기하라고 말하지 않는다. 직관의 승리다.

디지털 시대엔 직관이 더욱 중요하다. 과거엔 부장이든 기획실장이든 ‘자리’(직급)에만 오르면 바로 거기에 정보가 있으므로 문외한이라도 힘을 가지게 됐다.

그러나 디지털 시대엔 정보가 ‘바다’라고 일컬어질 정도로 공개돼 있다. 수많은 정보 속에서 이성과 논리로는 포착되지 않는 정보를 잡아내는 것이 직관이다.

▽한창민씨(36·싸이버저널 편집인 겸 이사)〓‘386세대’라는 용어는 내가 처음 사용했다고 감히 말할 수 있다.

누군가 80년대 ‘운동권’들의 모임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그래서 1997년 서울 대학로에 아지트를 만들었다. 이 카페의 이름을 지어야했는데 ‘386’이 퍼뜩 떠올랐다. 30대, 80년대 학번, 60년대생이라는 이유를 댔지만 다들 “웬 컴퓨터 용량?”이라는 반응이었다.

왜 그런 낯선 용어가 퍼뜩 떠올랐냐고 묻는다면 컴퓨터에 익숙했고 평상시에 유머를 즐겼다고 설명하겠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초고속망보다 많은 정보를 빛의 속도보다 빨리 보낼 수 있는 게 ‘감’이다. 삶의 모든 경험과 지식이 총체적으로 순간에 전달되는…. 따라서 직관이 뛰어난 사람은 경험이 다양하고 지식이 풍부해야 한다.

그런 직관에 의해 2월 타블로이드판 정보통신 주간지 ‘싸이버저널, 씹어 점 컴(ssyber.com)’을 만들었다. 다들 온라인뉴스에 뛰어들 때 반대로 나는 오프라인으로 나왔다. 세상이 디지털화될수록 아날로그에 대한 향수는 깊어질 것이라는 게 나의 ‘직관’이다.

▽이봉재씨(33·메가포털사이트 ‘디지털파라넷·www.allsite.net’ 사장)〓골드뱅크 창립멤버로 합류할 당시 판단 근거는 인터넷 분야에 대한 다양한 독서였다.

인터넷분야는 선점이 중요하다. 슈퍼마켓은 이웃의 사업방식을 지켜보다가 이보다 나은 슈퍼를 그 옆집에 지으면 성공할 수 있지만 이 쪽은 오로지 1등만이 살아남는 분야. 백데이터가 없기 때문에 ‘이거다!’ 싶으면 바로 실행에 옮겨야 한다. 그게 바로 직관이다.

그러나 아무에게나 이런 근거없는 믿음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현장경험과 독서를 통해 얻은 지식, 주위 사람들과 끊임없이 얘기하는 과정에서 아이디어들이 쌓이고 쌓여 직관으로 나온다.

경희대 재학시절 나종일교수의 ‘서양정치사상’ 중간고사 문제가 ‘서양고대사에 나타난 인간의 모습을 써라’였다. 동양고대사에 나타난 인간의 모습을 서술한뒤 “서양이나 동양이나 사람은 다 똑같다”고 써서 A플러스를 받았다.

난 이런 게 직관이라고 여긴다. 문제에 대한 접근법을 완전히 달리하는 사고체계를 가지고 있느냐, 없느냐가 직관을 결정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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