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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0년 3월 17일 2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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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원의 유일한 취미는 조용히 앉아서 수백 조각의 퍼즐을 꼼꼼히 맞추는 것. 그만큼 내성적이다.
그러나 코트에만 나서면 눈에 불꽃이 인다. 인정사정 없다.
상대의 마크가 집중돼 슛찬스가 나지 않을 때도 조성원은 넘어지면서 골을 성공시킨다.
조성원의 키는 1m80으로 단신. 그는 이 단점을 용솟음치는 물기둥처럼 높은 점프력으로 메운다. 점프해서 정점에 있을 때 손끝에서 볼을 놓아 상대수비수가 그의 투사점을 잡기가 쉽지 않다.
더욱 무서운 것은 경기 내내 침묵하고 있다가도 막판에만 가면 슛이 폭죽처럼 터져나오는 것. 더구나 이 슛의 대부분이 승부를 결정짓는 쐐기골이 된다.
조성원의 홍대부고 1년후배인 이상민은 틈만 나면 “성원이형 슛 때문에 현대가 두 번 연속 챔피언에 올랐지요. 3연패도 걱정안해요”라고 말한다.
17일 대전충무체육관에서 벌어진 현대와 SBS 스타즈의 플레이오프 2회전 첫경기.
‘캥거루 슈터’ 조성원이 3점슛 5개 등 21득점을 올리는 대활약에 힘입어 현대가 101-85로 16점차 대승을 거뒀다.
경기초반은 오히려 SBS의 상승세.
멕시코리그 99시즌 득점왕 출신 퀸시 브루어가 1쿼터에서만 16점을 쏟아붓는 등 SBS는 2쿼터 초반 37-27로 10점이나 앞서 나가 현대 벤치를 초조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현대는 역시 노련한 팀. 한번 잡은 기회는 절대로 놓치지 않았다.
김상식이 날아오는 패스를 못보고 놓치는 어이없는 실책이 일어나 SBS가 자중지란에 빠지자 이상민-추승균-맥도웰이 연속 속공을 성공시키며 현대는 2쿼터 종료직전 처음으로 54-52로 역전에 성공했다.
3쿼터는 조성원을 위해 준비된 파티석상이었다.
추승균의 연속 슛으로 3쿼터 종료 5분여전 6점차로 앞선 현대. 이때부터 조성원의 슛이 터지기 시작했다.
맥도웰의 패스를 받아 쿼터 종료 4분27초 전 오른쪽 45도에서 3점슛을 성공시킨 조성원은 1분 뒤 이번엔 코트왼쪽 끝자락에서, 다시 20초 뒤엔 프루의 손안에 들었던 공을 가로채기해 왼쪽 45도에서 3점슛을 성공시켰다.
조성원은 불과 1분30초 동안 3연속 3점슛에 자유투 2개까지 성공시키며 혼자 11점을 올려놓았다.
77-63. 결국 팽팽하던 경기는 순식간에 현대쪽으로 기울었다.
<대전〓전창기자>j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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