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GO]비행청소년들과 함께 하는 '좋은 친구운동'

  • 입력 2000년 3월 17일 17시 29분


"아무에게도…제 속마음은 얘기해 보지 않았어요. 하지만 언니에게는 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때까지 기다려 주세요."

학교에서 친구들과 어울려 '일진회'에 가입하고 같은 학교 친구를 협박,공갈한 혐의로 보호관찰처분을 받은 임모(고1)양. 임양이 '좋은친구만들기운동'을 통해 결연한 장소연(31)씨에게 보낸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다.

별거중인 부모에게도, 어울려 다니던 친구에게도 차마 꺼내 보이지 못한 열여섯 복잡한 속내. 그 꼬이고 꼬인 마음의 결을 친자매도 아닌 장씨에게 털어놓고 싶단다. 그렇게 임양은 세상과 자신 사이에 놓인 벽을 허물어가고 있다.

한국청년연합회가 실시하고 있는 '좋은친구만들기운동'은 20~30대 청년들이 비행청소년(보호관찰처분을 받은 청소년)과 1:1로 결연하여 '이들의 좋은 친구가 되어주자'는 취지의 운동이다.

시대의 횡축(橫軸)에서 좀 더 가까이 있는 청년들이 10대 청소년들의 고민을 신심으로 잘 이해해주리라는 기대에서 비롯된 것.

이 운동에 참여하는 청년들은 모두가 자원봉사자들이다. 그것도 보통 자원봉사자가 아니라 한 달정도의 기간 '청소년의 이해와 교정교육'에 대해 철저히 교육을 받은 열혈청년들. 그야말로 마음에서 우러나와 청소년들의 벗이 되어주겠다는 이들이다.

만남의 형태와 방식도 다양하다. 단순한 말벗이나 상담대상에서 그치지 않고 함께 자원봉사활동을 하거나 문화체험여행을 떠나고 심지어 학습지도를 해주기도 한다. 생활의 대부분을 공유하고 지속적으로 관계를 유지하면서 청소년들의 얽힌 실타래를 하나하나 풀어나가자는 것.

그렇게 하루하루 만남이 거듭되다 보면 처음엔 꺼려하던 청소년들도 어느새 마음을 열게 된다고 한다.

"처음엔 거의 말을 하지 않던 성호였지만 석 달이 지난 지금은 거의 매일 전화를 해서 시시콜콜한 얘기까지 털어놓고 있어요. 성호 부모님도 아주 흡족해 하시구요. 정말 우린 친형제처럼 지내요."

특수절도로 보호관찰처분을 받고 있는 김성호(가명,고2)군과 결연하고 있는 김현철(31)씨의 얘기다. 김씨는 "봉사를 하고 있다기 보다 동생 한 명을 얻었다는 생각에 너무 즐겁다"며 각별한 보람을 덧붙인다. 청년들은 청소년들에게 형이나 언니가 되어주고 청소년들은 청년들에게 동생이 되어주는 말그대로 '좋은 친구'의 모습.

작년 10월 시작된 '좋은친구만들기운동'은 총 11주 동안의 1기활동을 마치고 이달말 청년자원봉사자 교육을 시작으로 2기활동에 들어간다. 자원봉사 희망자는 한국청년연합회에 문의하면 된다.02-708-4610~9.

김경희<동아닷컴 기자>kiki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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