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새 봄의 레이스, 시민의 축제

  • 입력 2000년 3월 16일 19시 35분


동아마라톤이 71회 째를 맞는다. 19일 서울에서 펼쳐지는 동아마라톤은 겨레와 함께 달려온 20세기를 음미하며 새 세기와 새 천년의 비전을 그려보는 레이스이다. 사실 동아마라톤은 일제치하 암울했던 시기엔 민족정신 고취의 마당으로, 기록이 갈망될 땐 신기록 산실로, 국제통화기금(IMF)한파 때에는 희망과 화합의 범국민 달리기로 겨레와 호흡을 같이 해왔다.

올해 동아마라톤은 예년과 달리 특별한 의미가 있다. 우선 서울에서 다시 열린다는 것이다. 교통 혼잡을 이유로 지방에서 열렸던 동아마라톤이 다시 서울에서 개최되기는 9년만의 일이다. 그것도 도심 한복판 코스에서 열리기는 무려 31년만의 일이다. 세계 4대 마라톤이 대도시인 보스턴 뉴욕 런던 로테르담에서 열리는 대회라는 점에 비춰보면 마라톤의 서울 개최는 육상인의 염원이기도 했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손기정 황영조를 포함해 수많은 스타를 배출한 동아마라톤의 서울 복귀로 서울은 국제적 마라톤 도시로서 주목받을 것이다.

동아마라톤은 올해부터 국제마라톤으로서의 위상을 되찾는다. 동아마라톤은 지난 2년간 외국선수를 초청하지 않았다. 외화를 한푼이라도 아껴 IMF체제를 극복하자는 국민적 결의를 함께 다지고자 함이었다. 이번에 출전하는 외국선수 중에는 최고기록이 2시간06분대의 프레드 키프로프(케냐), 2시간07분대의 아벨 안톤(스페인) 다니구치 히로미(일본)도 있다. 2시간07분대의 김이용을 비롯한 한국선수들과의 경쟁이 치열할 것이다. 특히 한국선수들에게는 대회 기록이 9월 시드니 올림픽 출전권 획득과 관련이 있어 차세대 스타의 탄생도 예견된다.

일반인들이 출전하는 마스터스대회는 풀코스와 하프코스 부문만 열린다. 종래 마스터스 대회 출전자의 대부분을 차지했던 5km와 10km 부문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출전자가 8500여명이나 된다. 달리기의 즐거움과 마라톤 정신을 사랑하는 사람이 증가했다는 사실은 사회가 그만큼 건강해졌다는 뜻도 된다. 96년 시작된 백혈병 어린이 돕기 ‘1미터 1원’ 사랑의 레이스도 예년과 마찬가지로 전개된다.

우리는 이번 동아마라톤이 시민과 함께하는 축제가 되기를 기원한다. 구간별 교통통제로 짧은 시간이나마 불편을 겪을 시민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도심 한복판이 잠시라도 시민의 차지가 된다면 그것은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는 생각이다. 세계 4대 마라톤은 시민의 물결로 출렁이는 도시의 축제가 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새 봄 달리기 축제에 시민의 적극적 동참과 성원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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