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용]이상일 명예교수 "춤 평론가들이 춤을 망친다"

  • 입력 2000년 3월 15일 19시 21분


“작품비평보다는 ‘무용정치’에 힘쓰는 춤평론가들이여, 예술을 망치지 말라.”

무용평론가로 활동했던 사실을 ‘부끄럽게 여기는’ 성균관대 이상일명예교수가 무용전문잡지인 월간 ‘몸’ 3월호에 기고한 ‘춤평론가들의 무소불위(無所不爲)와 용훼(容喙)버릇’이란 제목의 글이 무용계에 파문을 던지고 있다.

그는 우선 ‘평론에 의해 작품과 작업과정이 기록된다’고 착각하는 무용예술가들이 지면에 나타난 평론을 과대평가한다고 지적했다. 탁월한 수준을 넘어 영원한 생명력을 지니게 될지 아무도 장담하지 못하는 무용예술작품의 탄생에 비하면 ‘흰 종이와 검은 글씨’의 평론은 객관성과 기본적 척도마저 지니지 못한 한낱 잠꼬대 같은 황당한 것일지도 모른다는 것이 이교수의 지적이다.

그는 춤평론가들이 작품 자체에 대해 순수하게 비평하기 보다는 무용예술가와 파벌을 이루어 서로의 이해와 명예, 권력을 나눠갖는 ‘붕당정치’의 행태를 더욱 신랄하게 비판한다.

“춤평론가들이 각종 심의에 참여하여 영향력을 행사하거나 심지어 행사를 기획하고 주도하는 것조차 작품평가 작업이라는 신성한 사명을 저버리는 처사가 아니겠는가…. 춤평론가들은 무용예술계에 군림하고 지배하고 영향력 행세를 시도하며 무용가들을 배후에서 조종하거나 은근히 협박도 한다. …평론가라는 희소가치 때문에 스스로 경찰권을 남용해 마치 서부개척시대의 무식한 영웅행세를 마다하지 않는 사례도 지난 10, 20년 사이에 목도했다.”

그는 “근거가 제시되는 평론이라면 그 비평행위는 창조적이며, 논쟁으로 발전될 경우 예술작품이 지닌 세계의 깊이는 긍정과 부정으로 더욱 드러날 수 있다”며가장 엄격한 자기절제를 통해 비판정신의 도덕률을 확보한 ‘무용평론가’의 예술작품 분석과 평가를 그리워한다고 소망했다.

월간 ‘몸지’ 박성혜편집장보는 “이교수의 이 글에 대해 ‘통쾌하다’는 반응과 함께, 평론가들은 애써 외면하거나 심지어 이교수에 대해 ‘미쳤다’며 인신공격을 해대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이교수는 “내 자신이 일찍이 춤평론가들의 대열에 끼었던 것을 부끄럽게 여기기 때문이며 가능하다면 그냥 무용예술작품을 사랑하는 조용한 관객으로 남아 있기를 바라기 때문이다”며 이글을 쓰게된 계기를 밝혔다.

<전승훈기자>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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