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日에너지정책과 한국

  • 입력 2000년 3월 13일 19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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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가 잘못된 에너지정책 때문에 궁지에 몰렸다.

일본에서는 지난해 9월말 도카이무라(東海村) 원자력발전소의 방사능 누출사고 이후 각 지역 원전건설이 벽에 부닥쳤다. 최근에는 사우디아라비아 유전 채굴권 시한을 연장하는데 실패했으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국제원유가격이 치솟아 물가를 크게 위협하고 있다.

에너지원의 양대 축인 원자력과 석유중 어느 한쪽도 안심하고 확보할 수 없는 상황이 된 것. 사태가 급해지자 일본 정부는 최근 장기에너지정책을 근본적으로 다시 짜겠다고 밝혔다. 우선 석유에너지 의존도를 줄이는 대신 원전을 16∼20기 더 건설하려던 계획을 백지화하고 이미 착공한 5∼6기만 건설하기로 했다. 또 중동지역에 90% 이상 의존하고 있는 석유에너지 확보도 재검토할 계획이다.

일본 통산성은 부랴부랴 신에너지연구회를 발족했고 이번주중 에너지절약정책 검토위원회도 가동하기로 했다.

그러나 일본의 가장 큰 고민은 원자력과 석유에너지를 대체할 마땅한 에너지원이 없다는 것. 언젠가는 바닥이 날 석유에너지를 대체한다고 당장 손쉬운 방법인 원자력 의존도만 계속 높여왔을 뿐 다른 대체에너지 개발은 게을리해 오늘날의 상황이 초래됐다는 후회가 여기저기서 터져나온다.

그래서인지 일본인들은 이같은 사태를 예견하고 오래전부터 대비책을 세운 북유럽과 독일을 몹시 부러워하고 있다. 독일 등은 오래전부터 ‘탈(脫)원자력’ 정책을 추진해 풍력 등 자연에너지 개발과 에너지절약을 활발하게 추진했다. 이들 국가는 현재 6%인 자연에너지 의존도를 2010년 12%까지 늘릴 계획.

한국의 에너지 사정은 일본보다 심각하면 심각하지 덜하지 않다. 세계 4위 석유수입국인 한국은 극심한 석유위기를 경험하고, 크고 작은 원전사고를 겪었지만 원자력과 석유에 의존하는 에너지정책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일본 정부의 만시지탄(晩時之歎)은 결코 강 건너 불이 아니다.

<도쿄=이영이특파원기자>yes20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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