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부즈맨 칼럼]양승목/경제-사회 심층기획 돋보여

  • 입력 2000년 3월 12일 19시 49분


지금 태평양을 사이에 두고 한국과 미국은 선거열기가 대단하다. 이쪽에선 국회의원을 뽑는 총선이, 저쪽에선 대통령후보를 뽑는 예비선거가 진행 중이다. 선거법상의 선거기간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우리 정치권은 이미 선거운동으로 북새통이고, 미국은 대선 예비선거의 최대 분수령인 이른바 ‘슈퍼 화요일’을 이제 막 넘겼다.

선거열기로 말하면 대선 후보를 선출하는 미국이 한국보다 덜하진 않을 텐데 들려오는 소식은 어쩌면 그렇게 다른가. 저쪽에선 선거가 일종의 축제 분위기 속에 진행되고 있다는데, 여기선 온통 진흙탕 싸움밖에 없으니 말이다. 밑도 끝도 없는 황당한 색깔론은 무엇이며, 파괴적인 지역감정을 막가파 식으로 자극해서 선거 뒤에 남을 그 후유증은 어떻게 할 셈인지 모르겠다.

언론으로선 이런 네거티브 캠페인에 대처하기가 여간 난처하지 않을 것이다. 아예 무시하자니 결과적으로 현실정치를 외면하는 셈이 되고, 자칫 잘못 보도하면 근거 없는 색깔론과 지역감정을 오히려 키울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결국 방법은 보도하되 준엄하게 꾸짖는 수밖에 없을 터이다. 이런 맥락에서 동아일보가 1면 톱과 사설을 비롯해 여러 기사를 통해서 네거티브 캠페인을 경고하고 지역감정 부추기기를 강하게 비판한 것은 잘한 일이라고 본다.

앞에서 언급한 ‘슈퍼 화요일’로 인해 지난 주 동아일보는 미국의 대선 예비선거를 연일 국제면 톱기사로 다루었다. 초강대국 미국의 대통령 선거는 우리에게도 중요한 관심사이므로 비중 있게 다룬 것은 좋다. 그러나 미국 예비선거의 이모저모를 단순히 소개하는데 그친 점이 아쉽다. 후보자들의 대외정책, 특히 한국을 포함한 동아시아 정책에 대한 비교 검토가 있었더라면 좋았을 것이다. 또 애리조나주 예비선거에서 민주당이 시도한 인터넷 투표는 전자민주주의와 관련해 획기적인 사건이므로 좀 더 상세하게 보도하고 전문가의 해설이 추가되어도 무방했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미국 예비선거의 미덕은 당원이나 유권자가 직접 후보자를 선출하는 풀뿌리 민주주의형 공천제도라는 데 있다. 우리는 왜 이런 상향식 공천이 안되고 정당보스의 공천권에 모든 것을 맡겨야 하는지를 분석한 기사가 있었더라면 더욱 좋았을 것이다.

선거라고 해서 다른 것들을 손놓고 살 수는 없다. 경제를 비롯해 시민들의 삶의 조건도 챙겨 보아야 한다. 이런 점에서 경제불안을 염려한 6일자 사설 ‘선거도 선거지만…’과 수도권 난개발 속의 열악한 교육환경을 고발한 A29면 기사 ‘아파트는 즐비한데 학교는 없다’는 좋았다. 특히 1면과 경제면에서 사흘에 걸쳐 집중 분석한 ‘재건축 복마전’ 기사는 정치판의 혼탁 분위기와 상관없이 보통 사람들의 삶에 주목한 훌륭한 기획이었다고 본다. 또 성범죄자 신원공개에 관한 논란을 분석하고 정리한 10일자 A8면 ‘리걸 스탠더드’ 기획기사도 돋보였다. 가볍지 않은 주제들을 지금까지 끈기있게 천착해온 ‘리걸 스탠더드’ 기획팀의 노고를 높이 평가한다.

양승목(서울대 교수·언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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