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PO 1회전 맡겨줘"…포인트가드 기싸움 치열

  • 입력 2000년 3월 9일 19시 47분


큰 경기일수록 베테랑 선수의 진가가 빛을 내는 법. 99∼2000 프로농구의 정상을 가리는 포스트시즌 경기도 예외는 아니다.

플레이오프 1회전에서 격돌하는 중상위권 네 팀의 운명은 이들 게임리더의 역할에 따라 희비가 엇갈릴 전망이다.

8일 원주에서 막을 올린 SBS 스타즈와 삼보 엑써스의 1차전이 대표적인 경우.

25번의 역전과 재역전 끝에 SBS가 106-105로 숨가쁜 승리를 거둔 이날 경기는 플레이 메이커의 비중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여실히 증명한 한 판이었다.

4쿼터 초까지만 해도 홍사붕(29·SBS)과 지난 시즌 신인왕 신기성(25·삼보)의 포인트 가드 ‘신구 대결’은 한치의 양보도 없는 백중세. 스코어도 엎치락뒤치락하는 접전이었다.

그러나 신기성이 4쿼터 4분51초만에 5파울로 퇴장 당한 뒤 삼보는 흔들리기 시작했다.

삼보에는 허재(35)란 걸출한 포워드가 있었지만 신기성이 해온 포인트 가드 역할을 동시에 해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대체 가드로 김승기가 들어왔지만 몸이 덜 풀린 상태.

결국 허재는 104-105로 뒤진 종료 17.4초전 드리블로 시간만 끌다가 2초전 양경민에게 3점슛 찬스를 만들어줬으나 슛이 불발로 끝나는 바람에 아쉬운 1점차 패배로 고개를 떨구었다.

이에 비해 SBS는 홍사붕이 3점슛 3개 포함해 15득점하고 4쿼터에만 3개의 어시스트를 하는 등 7개의 어시스트로 결정적인 순간에 승부의 키를 돌려놓았다.

9일 수원에서 맞붙은 삼성 썬더스와 기아 엔터프라이즈의 플레이오프 1차전도 신구 포인트 가드의 대결이 눈길을 끌었다.

삼성은 97∼98시즌 신인왕 주희정(23), 기아는 ‘코트의 마술사’로 불리는 백전노장 강동희(34)가 11년의 세월을 뛰어넘은 라이벌 대결을 벌였다.

특히 이들은 상대팀간 경기에서 평소 경기때보다 뛰어난 성적을 올린 것이 강점.

주희정은 정규리그에서 경기당 평균 9득점에 5.2어시스트 5.4리바운드를 기록해 전 부문에 걸쳐 고른 성적을 냈다.

강동희는 삼성전 5경기에서 3점슛 11개를 몰아넣은 것을 비롯해 평균 16득점 8.5어시스트 4리바운드를 따내 기록상으론 주희정을 앞섰다.

<장환수기자>zangpab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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