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꽂이]최재천/神이 준 위대한 선물 '인간의 손' 탐색

  • 입력 2000년 2월 18일 19시 47분


▼존 네이피어 지음/지호▼

인간을 가장 인간답게 만든 신체기관을 들라면 많은 이들은 아마 우리의 탁월한 두뇌를 꼽을 것이다. 그러나 외과의사이자 저명한 영장류 생물학자였던 존 네이피어는 그의 저서 ‘손의 신비’(지호)에서 손이야말로 인간이 인간일 수 있었던 가장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주장한다.

우리는 모두 도구를 사용할 줄 아는 인간의 능력이 오늘날 이 엄청난 기계문명을 일으킨 원동력이 되었다고 배웠다. 그렇다면 인간만이 도구를 사용할 줄 아는 동물인가? 동물행동학자들의 관찰에 따르면 도구를 사용하는 동물들은 작은 곤충에 불과한 개미로부터 침팬지에 이르기까지 엄청나게 다양하다. 그러나 그들 중에는 역시 앞발, 즉 손을 사용할 수 있는 동물들이 절대 다수를 차지한다.

인간의 손은 모두 27개의 뼈로 이루어져 있는데 그들 중 몇이 다른 뼈들과 마주보는 이른바 엄지를 만들어냈다. 팬더가 죽순을 움켜쥐고 잎을 뜯어먹는 모습을 보면 엄지를 가진 동물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유달리 툭 불거진 손목뼈를 사용하는 것이다. 침팬지도 엄지를 가지고 있으나 너무 작아 충분히 기능을 발휘하지 못한다. 인간의 엄지가 신의 존재를 입증한다고 했던 뉴튼의 말은 접어두더라도 엄지야말로 앞발을 손으로 바꿔준 엄청난 진화적 개가였다.

손은 도구를 만들고 사용하는 기능적인 면 외에도 의사를 전달하는 수단으로도 매우 중요하다. 아들 녀석이 언젠가 내가 강의할 때 지나치게 손을 많이 쓴다고 지적한 일이 있다. 입은 거짓을 말할 수 있어도 손은 거짓말을 하지 못한다 했으니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말로 다할 수 없는 많은 의미를 손이 대신한다. 사진을 찍을 때마다 우리는 손을 어디다 두어야 할 지 무척 곤혹스러워 하지만 로댕은 손의 모습만으로 ‘교회’를 깎아냈다. 새천년준비위원회가 마련한 상징도 바로 ‘화합의 손’이다.

동물원에서 코로 사과를 집어먹는 코끼리를 보며 감탄을 금하지 못하는 이들에게 손뼉을 치고 있는 자신의 ‘위대한’ 손을 다시 한번 자세히 들여다보길 권한다.

최재천 (서울대교수·생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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