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분 다이제스트]'감자이야기'

  • 입력 2000년 2월 18일 19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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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자이야기' 래리 주커먼 지음, 박영준 옮김/지호 펴냄/327쪽 1만3000원 ▼

감자가 인류사의 전면에 등장한 것은 400여년 전. 잉카인들의 식량이었던 이 못생긴 작물은 스페인정복자들에 의해 처음 유럽에 소개됐다. 그러나 고구마가 부자들의 음식으로 추앙받은 반면 감자는 ‘마귀를 섬기는 부족의 불경스런 땅 속 식물’ ‘하층민의 음식’ ‘돼지도 거부하는 채소’로 멸시됐다.

그러나 수난의 역사가 계속됐던 것은 아니다. 한때 “감자를 먹느니 차라리 목을 매겠다”고 격렬한 반감을 나타냈던 유럽의 ‘보통사람들’이 “감자밭이 없으면 결혼하지 않겠어요”라고 태도를 바꾼 것은 도래 200여년이 지난 후. 산업혁명으로 도시로 쏟아져 나온 사람들에게 감자는 가장 손쉽게 해먹을 수 있는 요리재료였다.

시대의 변화와 더불어 쓰레기가 벤처가 된 것이다. 그러나 감자를 둘러싼 ‘계급갈등’이 비교적 적었던 프랑스에서도 빈민은 잿불에 구워먹고 부자는 얇게 썰어 버터에 튀겨먹는 요리방식의 구별은 있었다.

감자라는 익숙한 작물 하나로 16∼20세기 서구 생활사를 맛나게 요리한 인문서. 40여년간 ‘감자의 역사와 사회적 영향력’을 연구한 선배 샐러먼에게 공을 돌리는 저자의 머리말에서 미시적 영역까지 두텁게 연구성과가 쌓인 서구 지성계와 한국의 차이를 확인하게 된다.

<정은령기자> ry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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