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신동천/다이옥신 장기대책 세워라

  • 입력 2000년 2월 16일 21시 30분


▼母乳서 다량검출 충격▼

불을 발견하고 사용하면서부터 인간은 다이옥신에 노출됐다. 소각이나 연소과정에서 다이옥신이 생성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20세기 중반 이후 합성 화학물질의 대량 사용과 폐기 소각 과정에서 더 유독한 다이옥신이 많이 발생하게 됐다. 지금까지 알아낸 다이옥신은 210종이나 되는데 이 중 17종이 유독성을 가진 물질로 분류된다. 모두 지방질에 친화성이 있어 생태계에서 농축되며 자연파괴가 잘 되지 않아 축적된다. 따라서 식물보다는 동물의 체내에 더 많이 있게 되며 초식동물보다는 육식동물, 그리고 사람의 몸 속에 가장 많이 존재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다이옥신은 산업화가 진행될수록 배출량이 늘게 되므로 미국 일본 유럽 등 선진국이 더 문제가 된다. 이에 따라 미국은 1980년대 중반 이후 다이옥신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비했다. 우리도 쓰레기 소각로 문제와 벨기에산 육류의 다이옥신 오염 파동을 겪으며 이에 대한 인식과 대책을 세웠으나 아직은 미흡한 상태이다. 아직 문제의 본질과 의미를 잘 파악하지 못해 일부 측정분석 결과를 놓고 너무 민감하게 일과성으로 반응하기 때문이다.

다이옥신의 대표적인 위해성은 발암성과 생식독성, 즉 환경호르몬으로서의 작용이다. 발암성의 정도는 흡연자가 폐암에 걸릴 가능성에 비해 수십배 적다. 생식독성은 밝혀진 사실보다는 앞으로 연구해야 할 부분이 훨씬 많은 그야말로 ‘불확실성’의 문제이다.

지금 세계가 다이옥신 문제에 주목하는 이유는 모든 사람에게 가리지 않고 악영향을 줄 수 있으며 자연파괴가 되지 않아 이대로 간다면 후손에게까지 물려주게 될 환경문제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다이옥신은 21세기 환경문제의 불확실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로 이제 국제사회에서는 위해성이 밝혀지기 이전에라도 미리 조심하자는 합의가 이뤄졌기 때문에 우리도 이 수준을 좇아 이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

다이옥신이 포함된 모유를 과연 먹여야 하는가의 문제는 이미 산업화된 다른 나라에서 많은 논란을 거쳤고 세계보건기구의 입장도 확고하게 정리된 사안이다. 다이옥신에 훨씬 더 민감한 시기인 태아기에 이미 노출이 됐기 때문에 출산 후 모유를 먹이지 않아 봐야 큰 의미가 없고 엄마 젖이 아기에게 주는 정서적 안정성과 면역력 증강 등의 효과를 생각하면 엄마 젖을 먹이는 것이 그래도 낫다는 결론이다.

어떻게 보면 ‘병 주고 약주는 식’의 답답한 결론이다. 우리의 환경이 이렇게 오염돼 있으니 태아 시기부터 노출이 불가피하고 다이옥신에 오염된 엄마 젖을 그래도 아기에게 먹여야 한다니 그렇다. 하지만 산업화된 모든 나라의 현실이 그러하니 위안으로 삼고 이미 ‘지구적 관심사’가 된 다이옥신 문제에 관한 한 하루 속히 선진국의 과학기술과 인식 수준에 도달하고 미래 산업사회에 대비해야 한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정부에서는 이 문제의 우선 순위를 높게 유지해 적어도 10년 이상 꾸준한 대책을 추진해야 한다. 다이옥신 발생을 억제할 수 있는 정책과 우리의 현 상태를 점검하여 가능한 한 질병발생의 위해를 줄일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일반시민으로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근원적으로 소비를 줄이는 생활을 실천해 폐기물의 대량 소각으로 인한 다이옥신 발생을 줄여야 하고 담배연기 속에는 엄청난 양의 다이옥신이 있으므로 금연운동을 더욱 활발히 전개해야 한다. 또 지방질이 너무 많은 식품을 피하는 등 다이옥신이 상대적으로 많은 음식을 가려 섭취하는 식생활이 도움이 된다. 이렇듯 현대산업사회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절제된 생활이 필요하다는 것이 의미 있는 메시지로 생각될 정도이다.

▼선진국선 80년대 적극 대응▼

선진국들은 스스로의 문제를 먼저 인식하고 꾸준히 대처하여 해결에 앞장서고 있는데 우리의 대책이 뒤져 훗날 한국의 식품이 다이옥신에 더 오염되었으니 수입하지 않겠다는 주장이 그들로부터 나오지 않도록 이제부터라도 효과적으로 대처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신동천<연세의대 환경공해연구소장>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