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주문진 소재 바위명칭 놓고 주민-여성계 갈등

  • 입력 2000년 2월 12일 01시 47분


‘아들바위에서 소원바위로, 다시 아들바위로….’

‘간절히 빌면 아들을 낳게 해준다’는 강원 강릉시 주문진읍 주문6리 소돌마을의 한 바위 명칭이 주민과 여성계의 갈등으로 오락가락 하고 있다.

이 바위는 ‘옛날 3대 독자를 잃은 한 노부부가 아들을 점지해 달라고 용왕님께 간절히 빌자 바위에 구멍이 뚫리면서 아들을 잉태했다’는 전설을 갖고 있다.

주민들은 당초 이 바위를 ‘아들바위’로 불렀다.

그러나 강릉시가 신혼부부 등 관광객 유치를 위해 지난해 3월 이곳을 관광명소로 개발키로 하고 바위의 공식 명칭을 아들바위로 결정하면서 명칭을 둘러싼 논란이 일기 시작했다.

여성계는 ‘남아 선호사상을 부채질한다’며 PC통신에 ‘재수 없는 아들바위’란 글을 올리는 등 거세게 항의했다.

강릉시는 이에 따라 이 바위의 공식명칭을 ‘소원바위’로 바꿨고 안내 표지석에 쓰인 아들바위란 이름도 삭제했다. 이에 이번엔 주민들이 반발했다. 주민들은 “여성단체의 반발을 이유로 마을 고유의 전설이 담긴 바위 이름을 못쓰게 하는 것은 잘못”이라며 최근 자체적으로 아들바위란 이름의 표지석을 다시 세웠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주민들의 주장을 추인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강릉=경인수기자> sunghy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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