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민병욱/전직 대통령

  • 입력 2000년 2월 11일 20시 21분


97년 10월부터 11월까지 보름간 국내 정치학자 204명이 역대대통령에 대한 평가를 하였다. 위기관리능력, 임기중 업적, 자질, 인사, 성격 등 5개 분야에 걸쳐 평가한 것을 100점 만점으로 환산한 결과 1위는 박정희대통령으로 71.9점이었다. 그 뒤로 이승만 전두환 노태우 장면(내각제 총리) 최규하대통령 순이었으며 당시 현직이었던 김영삼대통령은 38.9점으로 최하위인 7위를 기록했다. 그는 위기관리능력에서만 최규하 장면씨보다 높은 점수를 받았을 뿐 나머지 4개분야에서 최하점을 받았다.

▷대통령 평가가 활발한 미국에서는 대체로 링컨, 프랭크린 루스벨트, 워싱턴 등이 매우 성공한 대통령으로 꼽힌다. 반면 위기극복에 실패했거나 부정부패와 관련되었던 하딩, 부캐넌, 그란트 등은 항상 꼴찌 주위에서 맴돈다. 흥미로운 것은 카터나 닉슨같은 대통령은 퇴임 직후의 평가는 낮게 나왔으나 '전직' (前職)이 된 이후의 활발한 외교 사회적 활동 탓인지 시간이 흐를수록 상대적 평가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역대 대통령 평가는 꼭 재임중의 일만이 아니라 퇴임 이후의 활동에 의해서도 변화한다는 예다.

▷김영삼전대통령이 요즘 부산을 방문해 내놓는 말들이 화제다. 첫날 김대중대통령을 겨냥해 "선거부정을 준비해왔고 선거 밖에 생각하는게 없다. 총선에서 심판해야 한다"더니 이튿날은 시민단체의 낙천 낙선운동을 옹호한 것을 두고 "탄핵감"이라고 목청을 높였다. 탄핵소추는 대통령의 권한행사를 국회의결로 정지시키는 일이다. 소추되면 탄핵심판을 받아야 한다. 어렵게 얘기할 것 없이 합법적으로 현직대통령을 몰아내는 첫 번째 절차가 탄핵이다.

▷미국에서는 클린턴대통령이 성추문으로 탄핵위기에 처했을 때 포드, 카터전대통령이 뉴욕 타임스에 공동의견을 기고, 탄핵절차의 중지를 호소한 적이 있다. 그들은 "국민에 대한 대통령직의 권위상실이 두렵다"고 말했었다. 전직과 현직 대통령들이 무슨 원수지간처럼 불편한 관계인 우리한테는 부러운 얘기다. 김전대통령이 전직대통령으로서의 활발한 활동으로 역대대통령 평가순위를 다시 높게 받으려하는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너무 많이 나간 것이 아닌가 싶다.

<민병욱 논설위원> min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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