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김충식/'넷 시대' 이후의 발명품?

  • 입력 2000년 2월 8일 20시 19분


역시 ‘컴퓨터’ ‘디지털’ ‘인터넷’이다. ‘지난 2000년 동안의 위대한 발명’을 꼽으라는 질문에 많은 과학자 수학자 평론가들이 그렇게 답한다. 존 브룩만이라는 저술가가 엮은 책에 나오는 108명의 전문가 중에 가장 많은 수가 ‘넷 시대’를 연 요소들을 찍었다. 물론 누구라도 생각할 수 있는 발명도 적지 않다. 보온병 거울 피임약 바구니 시계 의자 계단 모터 쟁기 배터리 TV 전기 전등 렌즈 지우개 등….

▷서기 105년 중국의 채륜이 발명했다는 종이도 꼽힌다. 추천자는 종이야말로 위대한 발명품이요, ‘인터넷의 시발점’이라고 주장한다. ‘인터넷은 채륜이 뿌린 씨앗에서 자라난 나무다. 종이와 인터넷은 모두 시간과 공간의 벽을 허물고 무수한 기회를 인류앞에 열어주었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시간과 공간을 허물고 정보유통의 속도를 높인 것들을 특히 평가 한다. ‘인쇄기계’를 훌륭한 발명으로 찍은 이가 5명이나 된다. 정보와 지식의 축적 전파로 인류생활을 바꾸어 놓았기 때문이다.

▷특이하게 ‘말의 가축(家畜)화’를 꼽는 이도 있다. 이유인즉 야생의 말을 탈것으로 길들일 수 있었기에 수천km 떨어진 곳과 교역이 가능해지고, 놀라운 속도로 통신이 이루어졌다는 얘기다. 포르투갈 범선도 역풍이건 순풍이건 대양을 건널 수 있게 함으로써 지구 공간을 좁혀놓았다. 렌즈나 망원경도 삶의 지평을 바꾸어 놓았다. 총의 발명은 칼과 화살로 싸우던 전쟁의 개념을 바꾸었다. 원거리에서도 신속 정확한 살상이 가능해진 것이다. 그 총이 유럽인의 유색 원주민 정복에 쓰이면서 세계는 빠른 속도로 좁아졌다.

▷기관총이 나오고, 또 하나의 획기적인 발명품인 비행기에 기관총이 얹혀져 전투기가 되면서 전쟁의 차원이 달라졌다. 시간과 공간의 극복이 이제 인터넷에 의해 완성으로 나아가는 ‘넷 시대’다. 정보 지식 돈을 실시간에 지구 공간으로 유통할 수 있는 시대인 것이다. 그러면 미래의 위대한 발명품은 무엇일 것인가? ‘무료’국제전화와 같은 무료화? 아무도 자신있게 말을 못한다. 그것을 알면 누구라도 돈과 힘을 거머쥐고 세계를 향해 큰소리칠 수 있게 될텐데….

<김충식 논설위원>sear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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