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부즈맨 칼럼]이문열/'낙천명단'균형보도 신선

  • 입력 2000년 2월 6일 19시 49분


총선시민연대의 활동에 대해서 근본 취지에는 찬성하면서도 그 대표성과 공정성에는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데 언론은 사실보도에만 충실하다 보니 사실상 그들에게 대표성을 부여하고 공정성을 인정한 것 같은 효과를 내고 있다. 연일 그들의 활동을 대서특필하여 이해 당사자뿐만 아니라 독자 일반에게까지 그 어떤 정부기관에 못지 않은 권위와 공신력을 느끼게 한다.

2월3일자 총선시민연대 제2차 공천반대자 명단의 발표형식은 그런 점에서 좀 색다른 느낌을 준다. 총선연대의 선정자유와 똑같은 크기로 공천반대자 본인의 해명을 넣어 독자 혹은 유권자에게 판단을 맡기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보도를 하면서도 결국 총선연대란 우리 중의 일부이며, 그 선정의 기준도 우리 중 일부의 생각일 뿐이고 또 그같은 발표행위는 우리 기본권의 일부인 언론과 표현의 자유를 활용한 것이라는 점을 은연중에 드러내고 있다.

좀 더 욕심을 부린다면 총선시민연대에 어떤 단체들이 포함되어 있고 그들이 추구하는 공약은 무엇이며 그 의사결정방식은 어떠한 지도 평범한 시민들도 종합적이고 상세하게 알수 있는 보도가 있었으면 한다. 특히 그 지도부의 명단과 함께 그들의 중요한 이력과 과거행적, 그리고 현재의 직업을 밝힘으로서 그들의 기준과 안목이 말없는 다수에게 검증받을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 다음 경제면에서 요즘 들어 부쩍 우려스러운 경향은 제조업의 소외이다. 경제의 동향이 그러하고 독자의 관심이 그쪽으로 쏠려 있기 때문이라면 할 말이 없지만 신문의 경제란만으로 보면 우리나라 산업은 주식과 금융, 그리고 벤처기업뿐인 것 같다. 기껏 더 있다면 컴퓨터와 관련된 전자산업 정도일까.

흥청대는 주식시장의 동향이나 벤처 산업의 가물에 콩나듯 하는 성공사례를 과장하는 것도 국민의 위축된 경제적 사기를 진작시키는 방편은 될 것이다. 그러나 어쩐 경우에도 국가 산업의 기반인 제조업이 무시되어서는 안 되며 아직도 국제통화기금(IMF)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한 체 생산 현장에서 땀흘리고 있는 산업전사들을 맥빠지게 해서는 안 된다. 그들의 중요성이 충분히 인식되고 있으며 그들의 생산활동에 사회가 끊임없이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도 그들에게 좋은 격려가 될 듯 싶다.

문화면에서 문학의 비중이 갈수록 떨어지는 것도 불만스러운 부분이다. 이 역시 독자의 관심이 문학에서 멀어지고 있기 때문이라면 할 말이 없지만 요즘 문화면이 드러내는 지면의 배치나 그 크기와 화려함의 차이만큼은 아닐 것이다. 거기다가 문학은 산업에서의 제조업과 같은 위치에 둘 수 있다. 모든 문화활동의 원안(오리지날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분야란 점에서 조심스레 보존되어야 한다. 한 소설가의 투정이 아니라 문화의 기반 붕괴를 걱정하는 교양인으로서의 제언임을 강조한다.

이문열(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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