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우주선 '인데버' 지구 다시 그린다

  • 입력 2000년 1월 27일 22시 19분


지구의 지형을 좀 더 잘 이해하려는 야심적인 노력의 일환으로 우주 셔틀 인데버호가 레이더를 이용해서 지구 표면의 상세한 지도를 작성할 계획이다. 인데버호는 여섯 명의 승무원과 함께 31일 지구를 떠나 11일간 지구의 땅덩어리 대부분을 훑어보게 된다.

인데버호의 이번 여행에서는 언덕 평원 계곡 등 지구의 지형에 대한 상세한 자료가 대단히 많이 수집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어 이 자료를 모두 분석해서 세계지도를 만드는 데는 1년 이상 걸릴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 자료를 모두 담는 데는 1만3500개나 되는 CD롬 디스크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데버호는 지구의 3차원 지도를 만드는 데 필요한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금속과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무려 60m나 되는 안테나를 펼치게 된다. 이는 인간이 지금까지 우주에서 사용했던 딱딱한 구조물 중 가장 긴 것이다.

◆CD 1만개 분량 자료

학자들은 육지의 고도변화에 관한 포괄적인 정보가 침식 홍수 지진 화산 산사태 기후변화 등을 연구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이 정보는 또한 군사적으로도 매우 높은 가치를 지니고 있다.

육지와 공중 관찰을 통한 지형 정보, 비행기와 인공위성이 수집한 레이더 자료는 이미 존재하고 있다. 그러나 전혀 다른 수단을 이용해서 각각 다른 시기에 수집한 정보를 연구에 이용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이번에 인데버호가 수집할 자료는 무한한 가치를 지니게 될 것으로 보인다. 지구 전체를 일관된 수단으로 똑같은 시기에 관찰한 것이기 때문이다. 한 예로 금성과 화성으로 발사된 우주선들이 만들어낸 이들 행성의 지형지도는 지구에 현재 존재하는 지구의 지형 지도보다 훨씬 더 우수하다.

인데버호의 레이더 스캔은 또한 구름이나 안개 등으로 가려지지 않은 지구 표면의 흑백 영상도 만들어낼 예정이다. 과학자들은 나중에 지구 표면의 변화를 연구할 때 이 자료를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이 자료가 참고자료로서 전례 없는 가치를 지니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인데버호는 북위 60도와 남위 56도 사이의 궤도를 따라 비행하며 그린란드의 남쪽 가장자리부터 남아메리카의 남쪽 끝 사이에 있는 모든 육지의 지도를 작성하게 된다. 이 지역의 육지는 지구 전체 육지 중 80%를 차지하며 이 지역에 살고 있는 인구는 지구 전체인구의 95%나 된다.

◆구름 안개없는 표면촬영

그러나 셔틀 레이더 지형조사 임무라고 불리는 이번 비행은 처음부터 그리 순탄하게 진행된 편은 아니었다. 인데버호는 원래 작년 9월에 발사될 예정이었으나 7월에 컬럼비아호의 발사 도중 누전으로 인해 엔진 컴퓨터 두 대가 망가지는 바람에 발사가 연기되었다. 미 항공우주국(NASA)은 셔틀 네 대 전부의 전기 배선을 검사하도록 명령했기 때문이었다. 그 후 항공우주국은 12월에 허블 우주 망원경을 수리하기 위해 인데버호 보다 디스커버리호를 먼저 발사하기로 결정하면서 지형 조사계획은 다시 연기됐다.

그리고 지난주 항공우주국은 인데버호의 비행 중 실제로 레이더를 사용해서 지구의 지형을 조사하는 기간을 원래의 10일에서 9일로 줄이겠다고 발표함으로써 이번 계획에 간여했던 학자들을 다시 놀라게 했다. 항공우주국이 조사기간을 줄인 것은 원래 우주에 버리도록 설계되었던 안테나를 지구로 가지고 돌아오기 위해서였다. 즉 우주 비행사들이 우주선 밖으로 나가 직접 안테나를 감아들일 시간을 고려한 것이었다. 항공우주국 존슨 우주센터의 폴 다이는 “우리는 이 안테나를 보존하는 것과 안테나를 다시 가지고 돌아올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결정을 내렸다”면서 “이 안테나는 우리가 지금까지 우주에서 사용했던 다른 장치들과는 아주 다른 것”이라고 말했다.

◆30m 해상도 '손금보듯'

이번 지형조사 임무에서 떠오른 또 하나의 문제는 인데버호가 수집한 정보에 대한 접근권을 누구에게 줄 것인가였다. 이번 계획의 주요 후원자 중 하나로 2억달러를 내놓은 국방부의 국립 영상 및 지도제작국은 국가 안보를 이유로 이번에 인데버호가 수집할 자료 중 가장 상세한 지형 정보에 대한 접근권을 제한하겠다고 밝혔다. 즉 미국에 대한 이른바 30m 해상도의 자료는 원하는 사람에게 모두 공개하겠지만 세계 다른 지역에 대한 자료는 90m 해상도의 것만 공개하고 30m 자료는 사례별로 심사를 해서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애리조나 대학의 수문학 및 수자원학 교수인 빅터 베이커 박사는 “30m 자료가 있다면 연구에 커다란 도움이 되겠지만 90m 자료라고 해도 일관된 출처에서 제공되는 자료라면 꽤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미국 과학자 연합의 우주정책 및 군사정책 전문가인 존 파이크는 영상 및 지도제작국이 상세한 자료의 공개를 꺼리는 것은 합당한 일이라면서 “이 정보는 다른 나라의 군대에도 매우 유용한 것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http://www.nytimes.com/library/national/science/012500sci-nasa-shuttle.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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