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이슈/대기업 은행소유]최승노/책임경영 가능

  • 입력 2000년 1월 26일 19시 08분


《재벌의 은행소유 문제에 대해서는 정부 부처간에도 견해가 다르다. 강봉균 전 재경부장관이 재임시 재벌의 은행 소유를 단계적으로 허용할 방침을 시사했으나 전윤철 신임 공정거래위원장은 반대 입장을 밝혔다. 찬성론자들은 외환위기 이후 부실화된 은행의 경영 정상화를 위해 재벌의 은행 소유를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에 재벌이 은행을 소유하게 되면 금융시장 왜곡과 국가경제의 재벌 독식현상이 가속화될 것이란 반대론도 거세다.》

구조조정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상당수 은행을 정부가 소유하게 됐다. 부실금융기관에 대한 공적자금 투입으로 정부 소유지분이 90%를 넘는 은행들도 생겨났다. 이들은 현재 국영은행이며 정부가 주인인 것이다.

정부가 언제까지 은행의 주인일 수는 없다. 공적자금도 회수해야 한다. 그러나 현행법상 은행의 소유지분 한도가 4%로 제한돼 있기 때문에 팔기가 어렵게 돼 있다. 그렇다고 이 제한을 외국 자본에만 풀어줘 모두 넘길 수도 없는 노릇이다. 국내에서 은행의 지분을 인수할 자금능력과 경영능력을 갖춘 대기업에도 인수를 허용해야 한다. 이를 위해 시장의 규율을 명확히 하고 경영의 효율성과 투명성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을 찾는 노력이 필요하다.

은행의 소유구조 문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금융지주회사를 허용해야 한다. 그런데 은행의 소유한도 4%가 지주회사법의 자회사 지분한도에 정면으로 위배된다. 그래서 금융지주회사법을 만들거나 소유한도 4%를 해제해야 하는 것이다.

정부는 은행의 소유를 제한한 상태에서 지배구조를 만들겠다고 한다. 그러나 지배주주의 권한을 인정하지 않고 지주회사의 실질적인 역할을 배제하는 것은 형식적인 민영화일 뿐이다. 은행의 소유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못하고는 책임경영을 실현하기는 어렵다.

또 은행의 지배주주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은 정부가 금융권에 대한 지배를 계속할 의도가 있음을 보여준다. 이렇게 되면 관치금융의 해소를 기대하기 어렵다. 은행의 주인찾아주기는 지배권과 무관하게 소유권을 나누어주는 것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지배권은 소유권에서 나와야 그 책임과 권한이 분명해진다.

최승노<자유기업센터 기업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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