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 타워]성동기/실속없는 '특허왕국'

  • 입력 2000년 1월 20일 19시 37분


특허 등록건수 순위와 기술력 순위는 일치하는 것일까.

미국 특허정보기술 조사기관 IFI의 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1545건의 특허를 등록해 세계 4위를 차지했다. 1위는 2756건을 등록한 미국의 IBM이며 이어 일본 NEC(1842건)와 캐논(1795건)의 순. 기술력이 강하기로 소문난 소니(5위) 모토로라(8위) 휴렛팩커드(HP·16위) 인텔(18위) 제너럴일렉트릭(GE·20위) 선마이크로시스템스(24위) 등이 모두 삼성전자보다 건수로는 한 수 아래였다. 물론 국내기업으로는 선두자리를 차지했다.

업계는 전세계 기업들의 특허등록이 집중되는 미국 땅에서 4위에 오른 것은 세계 4위로 봐도 무방하다며 기술의 승리라고 주장한다. 물론 기술 수준도 어느 정도는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그러나 기술사용료(로열티)로 벌어들이는 돈과 지출하는 돈의 규모를 물어보면 자랑은 끝을 낸다. 밝히기 곤란할 정도로 지출이 수입보다 많기 때문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돈이 되는 원천기술은 미국 일본 유럽 등이 대부분 장악하고 있고 우리 기업들은 주로 응용기술만 등록하고 있다는 얘기다.

부호분할다중접속(CDMA)분야 원천기술을 갖고 있는 미국의 퀄컴사는 98년 전체 매출액 34억달러 가운데 2억달러를 관련기술 한가지에 대한 로열티 수입으로 벌어들였다. 등록건수가 적다고 기술력이 떨어진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사례다. 특허등록 순위 4위는 물론 대단한 성적이다. 그러나 ‘숫자의 환상’ 앞에 자만하기보다 원천기술 확보를 위한 노력이 더 필요하지 않을까. 다행히 우리 앞에는 MPEG IMT2000 등 아직 규격이 정해지지 않은 새로운 기술 영역들이 펼쳐져 있다.

<성동기기자>espr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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