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이슈]권장희-나항주/'거짓말'은 포르노인가

  • 입력 2000년 1월 18일 20시 23분


《‘포르노다.’‘포르노가 아니다.’

영화 ‘거짓말’이 오랜 논란 끝에 최근 극장에서 개봉돼 일반 관객에게 선보인 뒤 음란성논쟁이 다시 가열되고 있다. 음란폭력성 조장 매체 대책 시민협의회는 검찰에 이 영화의 음란성 여부에 대한 수사를 의뢰해 놓은 상태다. ‘거짓말’은 반사회적인 포르노인가? 아니면 제도권 내에서 수용돼야 할 영화인가.》

▼ 찬성 ▼

“이 영화가 포르노가 아니면 대체 어떤 것이 포르노입니까?”

영화 ‘거짓말’을 개봉 첫날에 보고 극장을 나서는 관객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 한 관객이 되물었다. 관객들의 평가와 대조적으로 영화평론가들은 감동을 받았다고, 예술적인 영화라고 외친다. 억압이 어쩌고, 정치적 코드가 저쩌고 하면서 헷갈리게 한다.

영화 ‘거짓말’이 포르노인가를 따지는 사회적 논쟁에서 중요한 것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사회 보통사람들의 시각이다. 영화가 개봉되기 전에는 미리 영화를 볼 수 있었던 소수의 평론가나 영화전문잡지들의 관점에 힘이 실렸다. 그러나 지금은 관객들이 영화를 보았고, 평균인의 시각은 그들과 아주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이 영화를 예술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은 이보다 더한 포르노에 대해서도 필요에 따라 예술성을 주장할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을 지닌 사람들이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

예술성 운운하는 사람들은 영화에 묘사된 성행위가 관객에게 성적 자극을 주기보다는 역겹고 지루한 느낌을 주기 때문에 포르노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정상적인 남녀간의 사랑행위를 적나라하게 묘사했다면 성적 자극을 받는 것은 지극히 아름답고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렇지 못하기 때문에 관객은 이 영화를 포르노라고 말한다. 또 다른 변명으로 ‘거짓말’은 실험적인 영화라고 둘러대기도 한다. 전국 100여개 영화관이 실험실이고 관객들은 실험대상이란 말인가?

베니스영화제 기간에 로마교황청은 “영화 ‘거짓말’은 노골적인 누드와 정사장면 때문이 아니라 도덕적인 관점과 희망의 비전이 부족하기 때문에 부도덕한 것이다”라는 성명을 냈다. 같은 이유로 거짓말은 반사회적인 포르노다.

권장희 (음란폭력성조장매체 대책 시민협의회 총무)

▼ 반대 ▼

영화 ‘거짓말’의 음란성 여부를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음란성의 사법적 판단기준과 관련해 전세계적으로 통용되는 획일적인 기준은 없다. 각국이 현실 상황을 기초로 해 주관적인 견해에 따라 결정한다. 유교적 전통이 강한 우리나라는 특히 음란성 논쟁에 민감하다.

그렇다면 ‘거짓말’은 현행법상 수용할 수 없는 수위의 포르노성 영화인가. 소위 포르노라는 범주는 크게 하드코어 소프트코어 에로티카 등 세 가지로 나뉜다.

그중 하드코어는 명백하고 당연하게 각국이 형법에 따라 처벌하는 음란물이다. 하드코어란 직접적인 남녀의 성기 노출과 성행위, 여성의 비하와 성적 유희 도구화 등을 통해 인간의 건전한 상식과 존엄성을 해치는 형태를 가리킨다. 영상물등급위원회는 2차례의 등급보류와 5차례의 심의 끝에 영화 ‘거짓말’을 소프트코어류 내지 에로티카류로 판단한 것이다.

이번 논란은 우리 사회의 이분법적 흑백논리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하루 중 새벽이란 시간은 보는 이에 따라 낮일 수도, 밤일 수도 있다는 견해 차이는 점차 존중돼야 한다. 사람과 자연, 삶과 죽음, 이 모든 것이 사실은 경계가 불분명하게 연결돼 있다고 본다면 ‘거짓말’은 그 경계를 묻는 영화로서 제도권 내에서 수용해야 할 영화로 등급분류할 수밖에 없었다.

이와 함께 ‘거짓말’을 둘러싼 논란은 완전등급제가 입법화되지 않고 있는 현행 법체계로부터 비롯된 것이기도 하다.

조속한 제도 개선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 영화와 같이 그 표현수위가 경계를 넘나드는 경우에는 상영시 광고 금지, 비디오출시 금지 등 여러가지 제약이 따르는 ‘등급외’나 ‘X등급’을 부여함으로써 불필요한 논쟁의 소지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나항주(영상물등급위원회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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