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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0년 1월 16일 20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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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이없는 플레이에 흥분해 스코어카드에 서명하는 것을 깜박 잊었다”는 것이 그의 해명이지만 납득하기 힘들다는 것이 중론이다.
만약 더 이상 치욕적인 부진한 모습을 보이기 싫어 일부러 실격을 당했다면 문제는 크다. 박세리의 ‘무기’인 정신력에 이상이 있다면 올시즌은 기대할 수 없는 것.
16일 오피스데포골프 3라운드에서 7오버파 79타를 친 박세리는 경기가 끝난후 스코어카드에 서명을 않고 경기장을 떠나 실격당했다. 3라운드까지의 성적은 무려 21오버파. 미국진출 세 시즌만에 최악의 성적이었다.
‘진실’은 박세리만이 알고있겠지만 이번 ‘파문’은 단지 한 대회에서 실패한 것으로 끝나지 않고 그에게는 ‘마음의 짐’이 될 전망이다.
사실 박세리에게 올시즌 개막전인 이번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였다. ‘총체적 난국’의 상태에서 출전한 대회였기 때문. 우선 지난해말 서울에서 열린 ‘새천년 행사’에 참석하느라 동계훈련과 컨디션조절에 큰 차질을 빚었다.
게다가 귀국기간중 한 방송에 출연해 “27세쯤 결혼하고 싶다”고 말했다가 ‘남자친구로 알려진 중국계 홍콩인 로렌스 첸과 올 여름에 결혼한다’고 한 신문에 보도돼 곤욕을 치렀다. 박세리는 이때 ‘미국귀화설 파문’이상으로 이성을 잃고 눈물을 펑펑 쏟으며 흥분했다.
두 시즌동안 8승을 거뒀던 골프채를 버리고 이번 대회에서 갑작스럽게 클럽을 바꾼 것도 부진요인으로 지적되는 대목이다. 동계훈련 내내 새 골프채에 적응했다면 별 문제가 없겠지만 대회출전 직전에 바꾼 것이 문제.
박세리는 그동안 사용한 ‘캘러웨이’의 아이언과 드라이버 대신 자신이 볼사용 계약을 맺고 있는 ‘맥스플라이’아이언(레벌루션)과 ‘핑’드라이버(TiSI)로 바꿔 사용했다.
시력이 0.7(좌) 0.8(우)인 그가 이달초 ‘라식수술’을 받은 것도 문제. 물론 타이거 우즈(미국)는 지난해 라식수술 직후 출전한 대회부터 4연속 우승을 거둔바 있지만 우즈처럼 빨리 적응할 수 있다고 속단한 것은 잘못이라는 지적도 만만찮다.
박세리는 다음주 열리는 네이플스대회에 불참하는 등 당초 출전계획을 변경해 3주간 경기출장없이 휴식을 취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안영식기자> ysa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