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한국올림픽팀 상대문전만 가면 "비실"

  • 입력 2000년 1월 10일 20시 07분


“샴페인은 시드니올림픽 때 터뜨리자.”

한국올림픽축구대표팀이 9일 호주 4개국 친선축구대회 이집트와의 첫경기에서 2-0의 완승을 거둬 새해 첫 출발을 산뜻하게 했다.

지난해 라이벌 일본에 두 번이나 연속 패한 뒤 전열을 재정비한 한국은 이날 빠른 경기 운영과 뛰어난 체력을 앞세워 이집트를 압도함으로써 “많이 달라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가만히 속을 들여다 보면 전력이 부쩍 향상됐다고 말하기에는 아직 부족한 점이 많다.

우선 상대팀인 이집트의 전력이 평균 이하. 이집트는 아프리카네이션스컵 출전으로 주전 선수 8명이 빠진 2군팀.

이런 팀을 상대로 한국은 전반 10개, 후반 8개의 슈팅을 날려 단 두 개만을 성공시켜 고질적인 골결정력 부족을 드러냈다.

호주 일간지 ‘더 오스트레일리안’은 10일자 스포츠면에서 “한국이 이기긴 했지만 마무리 선수가 없었다”는 제목과 함께 “한국은 페널티 지역에만 들어가면 무기력했다”고 꼬집었다.

이런 지적대로 한국은 미드필드에서 문전으로 연결되는 패스가 부정확했고 최전방 스트라이커인 이동국도 한국의 대표적 골잡이라는 이름에 어울리는 활약을 하지 못했다.

측면 공격도 박진섭 설기현이 버틴 오른쪽 라인은 다소 활기를 띠었으나 이영표 안효연의 왼쪽 라인은 극도의 슬럼프를 보여 균형이 맞지 않고 공격이 한쪽으로만 쏠리는 경향이 있었다.

수비 불안도 여전했다. 문전으로 달려드는 상대 공격수를 수비수 2, 3명이 모두 에워싸는 상황에서도 쉽게 공격수를 놓쳤다.

이는 수비수들 간의 유기적인 커버 플레이가 아직도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증거.

그나마 허정무감독의 자평대로 이날 승리의 요인이 된 것은 전반 30분 교체 투입된 ‘게임메이커’ 이관우의 활약 때문. 이관우는 날카로운 패스와 적극적인 공격 가담으로 경기의 흐름을 단번에 반전시켜 공수의 흐름을 매끄럽게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12일 오후 4시30분 맞붙는 나이지리아도 96애틀랜타올림픽 우승국이지만 이번에 대전할 팀은 아프리카네이션스컵 출전 관계로 주전 선수가 모두 빠진 평균 연령 18세의 주니어팀.

따라서 한국올림픽축구대표팀은 이번 대회에서 약체팀을 상대로 이기는데 주력하기보다는 시드니올림픽을 대비한 조직력 강화에 역점을 두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애들레이드〓배극인기자>bae215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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