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비전21세기]오래살면 행복해질까

  • 입력 2000년 1월 10일 01시 09분


이제 두 달이 된 내 딸 아리엘을 의사에게 데리고 갔다. 의사는 아리엘의 발달상태를 확인했다. 아이가 웃음을 지을 수 있는가.옹알이를 하는가. 고개를 들 수 있는가.

의사는 아이가 아직 혼자서 몸을 뒤집지는 못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의사가 방을 나간 후 아이는 진찰대 위에서 금방 혼자서 몸을 뒤집었다. 순간적으로 엄청난 기쁨을 느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의사는 방을 나가기 전, 내 딸의 키가 63cm라며 두 달된 아기치고는 예외적으로 큰 키라고 했다. 어쩌면 미국 여자농구협회와 아리엘의 스카우트 비용을 협상하면서 잔뜩 거만을 떨 준비를 벌써부터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결혼-교육연령에 큰 변화▼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그렇게 서두를 필요가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과학의 발달로 아리엘의 세대는 어쩌면 120년이나 150년, 아니 200년이나 되는 수명을 누릴지도 모른다. 몸을 꼬물꼬물 움직이면서 옹알이를 하는 딸을 안고 서서 1999년 9월 9일에 태어난 이 아이가 21세기뿐만 아니라 22세기까지 직접 볼 수 있게 된다면 그것이 이 아이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생각해보았다.

새로운 약이 개발되거나 사람의 유전자를 바꾸는 방법이 발견되어서 사람들이 110세 나이에 60세 같은 외모를 가질 수 있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딸은 35세에 대학에 다시 들어가 자신의 자아를 발견할 수도 있지 않을까. 50대에 아이를 낳을 수도 있지 않을까. 완전히 다른 분야의 직업 6개를 섭렵할 수도 있지 않을까. 전문가들은 이런 일들이 가능한 미래가 그리 멀지 않다고 말한다. 과학자들은 유전자를 조작해서 수명이 두 배나 되면서도 노화현상을 경험하지 않는 벌레와 과일파리를 만들어냈다. 생쥐의 수명을 늘릴 수 있는 유전자조작도 발견했다. 과학자들은 또한 생쥐의 칼로리 섭취량을 제한하면 생쥐의 수명이 늘어난다는 사실도 알아냈다. 의학 분야에서는 암 알츠하이머 심장질환 등의 성공적인 치료를 이끌어낼 수도 있는 새로운 발견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노화연구연합의 대니얼 페리는 이 모든 과학적 발전이 21세기에 하나로 합쳐져서 결실을 맺게 될 것이라면서 “당신의 딸은 3세기를 살게 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말했다.

우리의 삶이 소중한 것은 우리의 수명이 제한돼 있다는 사실을 우리가 알고 있기 때문이라는 주장이 있다. 그렇다면 인간의 수명이 늘어나고 노화현상까지 예방된다면 인간의 삶이 지니는 의미는 어떻게 변할까?

UCLA 의대의 그레고리 스톡 박사는 “우리가 과거와는 완전히 다른 삶을 살게 될지도 모른다”면서 “인생이란 무엇이며 죽음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에 대한 여러 주장과 종교가 모두 변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생명윤리연구소인 헤이스팅스 센터의 토머스 머리 박사는 수명이 길어지면 아동기에서 노년기에 이르기까지 인생의 각 시기가 지니는 의미가 달라질 것이라면서 어쩌면 결혼 등 가족제도도 달라질지 모른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서 국립노화연구소의 리처드 수즈만 박사는 결혼을 여러 번 하는 사람이 지금보다 더 늘어날 것이라고 예측했다.

머리 박사는 우리 조부모 세대에는 사람들이 부모와 함께 사는 기간이 인생의 거의 3분의 1을 차지했지만 요즘은 그 기간이 인생의 4분의 1도 채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어쩌면 우리 딸 세대에는 그 기간이 인생의 6분의 1밖에 되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앞으로는 부모와 자식의 관계가 어떻게 변하게 될까?

또 사회는 어떻게 변하게 될까.

스톡 박사는 처음에는 수명을 늘리는 방법의 가격이 비싸서 수명을 둘러싸고 전례 없는 계층 갈등이 일어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또한 노인의 수가 늘어나면서 세대간의 문화적 갈등도 일어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전 세대가 수명을 다하고 사라진 후에야 변화가 일어나는 경우가 흔하다”면서 “따라서 인간의 수명이 늘어나게 되면 시간이 저절로 해결해주었던 세대간의 갈등이 전혀 해결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세대간 문화적 갈등 커질수도▼

20세기에도 인간의 수명은 30년이나 늘어났다. 어쩌면 이것이 여성운동의 계기가 되었는지도 모른다. 여성들이 자녀양육을 끝낸 후에도 아주 오랫동안 삶을 누릴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인간의 수명이 지금보다 훨씬 더 늘어나면 어떤 변화들이 일어날 것인가.

스톡 박사는 “수명이 늘어나면 사람들은 인생에서 더 많은 모험을 할 수 있게 될 것”이라면서 정말로 어려운 질문을 던졌다.

“당신 딸은 이 모든 변화와 함께 성장할 것이므로 새로운 변화에 아무 문제 없이 적응할 것이다. 하지만 당신은 새로운 세상에 어떻게 적응할 것인가.”

(http://www.nytimes.com/specials/010100mil-span-belluck.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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