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허재, 道닦았나"…SK격파 일등공신

  • 입력 2000년 1월 9일 20시 35분


프로농구에는 허재(35·삼보 엑써스)와 관련된 속설이 많다.

대표적인 것중 하나가 허재 때문에 웃고 허재 때문에 운다 는 것이다. 비슷한 경우로 허재가 다득점을 하면 팀은 진다는 말도 있다.

이는 허재가 농구9단의 화려한 개인기로 팀의 상승세를 이끌지만 너무 개인 플레이에만 치중한 나머지 결정적인 순간에 승부를 망치고 만다는 뜻.비록 검증된 말은 아니지만 촌철살인의 혜안을 담고 있어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때문에 허재는 흔히 미국프로농구(NBA) 최고의 슈팅가드 앨런 아이버슨(25·필라델피아 세븐티식서스)에 비유되곤 한다.

데뷔 3년째인 올시즌 득점선두를 질주하고 있는 아이버슨은 농구선수로는 '난쟁이'에 가까운 1m82의 작은 키지만 'NBA식 농구쇼'를 집대성한 느낌을 준다.

상상을 초월하는 점프력을 이용해 30㎝ 이상 큰 거인들의 머리위로 슬램덩크를 꽂아대는 장면과 고도의 신체 밸런스가 바탕이 된 더블 클러치,승부의 물줄기를 단숨에 바꾸는 3점슛 등은 신기에 가깝다는 평가다.

그러나 아이버슨은 슈퍼스타들에게서 흔히 발견되는 '나홀로 플레이'의 전형을 보여줘 래리 브라운감독과 불화를 일으키는 등 구설수가 끊이지 않고 있다. 실제로 필라델피아는 올시즌 아이버슨이 부상으로 출전하지 않은 기간동안 더욱 높은 승률을 올리는 아이러니를 연출했다.

그러나 허재는 35세의 나이와 관록이 말해주듯 10세 연하의 아이버슨과는 역시 달랐다.

지난해 12월6일 교통사고 이후 한동안 벤치를 들락거리다 한달여만인 8일에야 정식 복귀전을 치른 그는 이날 20득점에 리바운드 6개를 잡아내며 팀 공격을 주도, SK 나이츠의 10연승을 저지하는데 결정적인 공을 세웠다.

허재는 특히 수비에서 맹활약,SK 돌풍의 핵인 조상현(12점)의 외곽포를 꽁꽁 묶어 공격에만 치중했던 예전의 패턴에서 벗어나 한결 성숙해진 모습을 보였다.

허재는 또 종료 2분을 남기고 슛동작때 SK 용병 재키 존스에게 얼굴을 맞았으나 흥분하지않고 차분하게 경기를 계속했고 종료 20초전 작전타임에선 최종규감독을 대신해 제런 콥과 레지 타운젠드에게 작전지시를 내리는 등 플레잉코치로서의 몫도 톡톡히 해냈다.

최종규 삼보감독은 "누가 뭐래도 허재가 합류하면서 공격력이 되살아나고 있다" 며 "그를 앞세워 창단후 첫 우승에 도전하겠다"고 기대를 보였다.

<장환수기자>zangpab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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